
미니의 핫해치백 JCW 3도어 시승기입니다. 작고 가냘픈 오리지널 미니를 랠리카로 만들어 맹활약을 펼친 전설의 드라이버 존 쿠퍼의 이름을 따 만든 존 쿠퍼 웍스(JCW)는 미니의 최상위급 퍼포먼스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컨트리맨, 클럽맨, 컨버터블 등에도 JCW 배리언트가 존재하지만, JCW의 참맛을 체험하기엔 가장 작고 가벼운 JCW가 역시 최고 적합할 것입니다. 칠리 레드 색상의 미니 JCW를 타고 2박3일간 느낀 점을 나눠보겠습니다.

1. 외형
3세대 F56 미니 3도어 해치백을 기반으로 가장 과격한 느낌으로 외형을 단장했습니다. 동그란 눈 모양의 헤드램프가 매우 커져버려서, 주변 에어 인테이크 형상까지 덩달아 같이 커진 JCW의 인상은 강력해보이면서도 밸런스가 잘 맞습니다.


18인치까지 키운 시원시원한 디자인의 5스포크 휠, 대형 스포일러와 보다 와이하게 돌출되는 바디킷 등으로 더욱 스포티하게 느껴지는 측면부. 쿠퍼 기본 모델과 JCW를 이렇게 나란히 놓아보니 확실히 JCW만의 차별화 요소가 많이 보입니다.

전면부 디자인과 유사하게 검정 메시 패턴을 많이 활용한 뒷범퍼로 더욱 스포티해보이는 뒷모습.

지붕 상단의 스포일러는 두개의 큰 바람구멍을 내서 더욱 특별해보입니다. 다만 중저가 소형차마냥 돌출된 안테나만이 옥의 티군요.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갈 때면 저걸 뽑으라는 곳도 많고 해서 좀 거슬리죠.


2018년형 LCI(BMW가 페이스리프트 대신 사용하는 표현)를 거치며 앞뒤 램프류에 변화가 있어서, 글을 쓰는 현 시점에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모사한 독특한 테일램프가 달린 모델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기존 F56 미니 차주들이 많이 탐내는 아이템이라 하죠.

순정 휠타이어는 전륜, 후륜 모두 동일한 205/40R18 피렐리 신투라토 P7 제품.

2. 인테리어
미니의 실내는 예전에도 다른 차종을 통해 먼저 소개드렸듯이 대단히 개성과 매력이 넘칩니다. 미니 해치백 중 가장 비싼 JCW는 어떻게 치장되어 있을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붉은 스티칭과 타공 가죽, 존쿠퍼웍스 로고 등이 가미된 3스포크 전용 스티어링 휠.

바이크 계기반이 연상되는 작은 계기반. 트립모니터 스크린이 보기보다 넓어서 보기에는 특별히 지장이 없습니다. 예전에 타봤던 쿠퍼 기본형의 경우 유류계가 8칸짜리 아날로그 게이지라서 너무 싸구려같아 보이고 기름 잔량 확인도 어려웠지만, JCW의 경우 기름 잔량의 변화가 세밀하게 관찰되는 디지털 형태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행히 2018년 이후 판매되는 LCI형 일반 미니 해치백에도 공통 적용되어 있기도 하죠.


5천만원이 넘는 최고 비싼 미니 해치백답게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보통 소형차에서 원가를 감안해 많이 쓰는 컴바이너 타입. 사운드 시스템도 하만카돈의 것을 활용해, 주변 구석구석에 스피커와 트위터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인포테인먼트 존. 테두리는 기능 조작에 따라 여러가지 조명 변화로 반응하는 링을 달고, 가운데에 잘린듯하게 들어간 와이드한 스크린은 베젤로 인한 잘림 없이 화면을 알차게 쓰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BMW i-드라이브 조작 느낌을 이어받아 세련되고 직관적입니다. 터치스크린이 안된다는 점은 주행중 조작 불안전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한국에선 불편하게 느낄 분도 일부 있을 듯 합니다.

BMW 인수 이래 미니가 늘 그랬듯 토글형 버튼으로 개성을 살렸습니다.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 1열 열선시트 조작버튼도 볼 수 있습니다.

빨간색 스티칭으로 멋을 부린 전용 자동변속기 기어노브.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원래 기어봉 테두리 쪽에 있었는데, 위치를 센터페시아 쪽으로 옮긴 점이 특이합니다. 저는 기어노브 테두리에 붙어있어 쓰기 좋았는데, 안 그렇게 느끼신 분들이 더 많았던 모양.

소재 질감을 고급화하고 홀딩력을 강화한 전용 세미버킷 시트. 다만 시트 포지셔닝 조작은 모두 수동입니다. 3천만원짜리 쿠퍼 노멀 모델이 이런 시트를 달고 있었다면 가격을 감안해 이해해줬겠지만, JCW의 비싼 가격대를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

일반 미니와 많은 것을 공용하지만, 소재와 옵션 치장에 있어 5천만원 넘는 돈값을 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미니 3세대가 너무 덩치가 커졌다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긴 한데, 대신 그만큼 뒷자리도 제법 넓어진 점은 호감 요소입니다. 키 182cm의 필자


플로어 아래로 추가 확장 가능한 트렁크 공간.

3. 성능/주행감각
4기통 2.0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은 최대출력 231hp@5,200~6,200rpm, 최대토크 32.7kg.m@1,250~4,800rpm의 성능제원을 가집니다. 쿠퍼S와 동일하게 2.0 터보 엔진이지만 JCW쪽이 출력 약 40마력, 토크 4kg.m 상당 더 높습니다. 요새 핫해치백의 성능 경쟁이 붙으면서 2.0 터보 엔진으로 300마력 내외도 쉽게 뽑는 세상인 만큼 사실 수치적으로 크게 대단하게 다가오지 않을 순 있어도, 미니가 그들보다 매우 컴팩트함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0-100km/h 6초 초반대의 초반 가속성능은 생각보다 짜릿하게 다가옵니다.
https://youtu.be/2NV39wfkvuY
그리고 고회전에서 악셀 오프 시 팝앤뱅 사운드를 연출하는 배기 시스템 덕에 기대 이상으로 짜릿한 느낌을 받습니다. 드라이브모드 변환에 따른 변화는 ECS(전자제어 서스펜션)가 달린 현대 벨로스터N 대비 극적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가변댐퍼를 통해 1~2세대 미니에서 느껴졌던 지나친 신경질적인 느낌을 많이 억제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함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요새 핫해치백 중 드물게 짧은 2.5m 이하의 짧은 휠베이스와 특유의 장기인 빠르고 날렵한 회두성능 덕에 특히 고갯길에서 저속으로 갖고 놀기 아주 즐겁습니다. 변속기 또한 듀얼클러치도 아닌 평범한 6단 자동변속기인데, 매뉴얼 모드에서 강제변속하는 일이 없어 운전자의 의도를 믿음직하게 전달 가능해서 좋았습니다.

내내 즐겁게 탔지만 단점도 몇가지 느껴집습니다. 우선 요즘 워낙 고출력 핫해치백이 차고 넘치다보니 그들과 비교되는 빈약한 x60 이상의 중고속 가속능력. 사실 이 작은 차에 그렇다고 그들처럼 출력을 300마력대로 올리는게 밸런스상 적절하지도 않겠거니와, 컴팩트한 바디에서 오는 미덕도 물론 인정해줘야겠지만, 이 차의 가격이 생각보다 컴팩트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는 미니의 최상위 스포츠 모델 치고는 빈약하게 느껴지는 순정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 피렐리 신투라토 P7 타이어는 BMW 5시리즈 4기통 모델 정도엔 어울릴만 하겠으나, 미니의 최고 지위 핫해치백에는 다소 아쉬운 그립 한계성능을 노출합니다. 브레이크도 거듭된 내리막길에서 페이드가 꽤 빨리 오는 느낌이고요. 이 두가지는 애프터마켓 제품을 통해 쉽게 보완 가능한 물건들이지만, JCW라는 최상위 스포츠 브랜딩이 붙은 제품이었으면 애초에 출고품으로도 만족스러운 제품을 끼워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원상 공인연비는 도심 10.6, 고속도로 13.9, 복합 11.9km/L 수준입니다. 드라이브모드를 그린 모드로 설정 시 항속 주행 환경에서 자동으로 중립으로 빠지는 코스팅 기능을 통해 연비 향상을 도모하는 똘똘한 차지만, 고RPM에서의 짜릿한 팝앤뱅 사운드와 운전재미를 맛본 분들이 결코 친환경주행에 길들여질 수는 없을 것. 연비를 신경 안 쓰고 즐겁게 고회전을 돌리면 6~7km/L 수준에 그치지만, 가능한 평범하게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간 평균연비 12km/L 내외도 가능은 했습니다.

4. 가격 대비 가치
이 차종은 미니 JCW 3도어 해치 단일 트림 모델로, LCI 이후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5,090만원의 가격표를 가집니다. 모든 미니 해치 중 가장 옵션이 좋고 실제로 안에 머무를수록 새로운 요소 찾는 재미가 가득한 매력덩이지만, 5천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면 통풍시트같은건 바라지도 않더라도 전동시트,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정도는 갖췄으면 더 좋았겠지 싶습니다. 폭스바겐 골프 시리즈의 판매 재개가 늦어지고 있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외산 핫해치백의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긴 한데, 남들보다 확연히 작은 크기에서 오는 장점 등 미니만의 차별화된 매력도 확실하기에 가격 대비 가치 이상의 뭔가로 손님들을 유인하기에도 충분합니다.










5. 총평
https://youtu.be/-o2BcaNVxjA
주행 리뷰
https://youtu.be/7DETo-dpApc
실내 리뷰
글 읽기 귀찮은 분들은 영상으로 휘리릭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1~2세대 미니가 자신의 캐릭터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여 마니아층 일부만이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자동차였다면, 3세대부터는 최상위 스포츠 성격의 미니 JCW마저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함을 일부 포용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드코어한 주행을 즐기는 스포츠 주행 애호가들에게 핫해치백으로써 이 차가 일부 부족해보이는 점도 있겠지만, 근사하고 매력있는 내/외관의 느낌에 이끌려 이 차를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에게도, 이 차로 일상적인 주행도 많이 소화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JCW는 재미있으면서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은, 밸런스가 뛰어난 차로 여겨질 것입니다. 5천만원이 넘는 외제차 중에선 이 차보다 훨씬 크고 넓고 빠른 차도 많겠지만, 이 차만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고 매운 고추"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장점 : 날쌘 회두능력과 작은 몸집에 알맞는 넉넉한 출력의 조합, 존재감 확실한 내/외관의 개성
단점 : 일부 요긴한 편의옵션의 부재,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순정타이어, 애매한 가격대비 성능
본 후기 글은 BMW-미니 성수 도이치모터스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해당사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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