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따끈한 신차 F56 미니가 들어왔다고 하여 오전 시간을 내어 한 번 몰아봤습니다.



2013년 11월에 첫 공개된 디자인은 아직까지도 호불호가 많이 나뉩니다. 너무 튀어나와보이는 이마와 아래턱, 그리고 비례감을 씹어먹고 무식하게 폭만 넓어진 테일램프 등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습니다만 자꾸 보다보면 또 밉지는 않아보입니다. 아무리 이쁘게 봐주고 싶어도 1세대 R50이나 2세대 R56이랑 같이 두고 보면 3세대는 마치 성형실패사례 보는 느낌이....

네모진 가운데 에어벤트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미니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전체적으로 원형의 디자인 테마로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일반적인 버튼식 스위치 대신 미니가 자주 쓰는 아날로그 감성의 토글스위치도 특유의 손맛이 있습니다.

미니는 기본형에도 무드등을 제공합니다. 천장의 버튼을 눌러가며 조명 색상을 취향대로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의 원형 링도 드라이브모드 변경, 오디오 음량 변경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빛을 발하며 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1열 열선 및 가죽시트, TPMS, 원터치 윈도 업/다운, 버튼시동 스마트키, USB AUX, 통합형 도트타입 디스플레이 등을 구비하여 주행 간에 편의장비의 부족은 크게 느낄 수 없습니다. 다만 구입을 위해 매장을 찾아가 차들을 비교하시다보면 730만원 비싼 하이트림을 고르게 될 확률이 90%일텐데, 그 이유와 사양차이는 나중에 서술하겠습니다.


차가 아무리 커졌다 한들 뒷자리 공간은 여전히 좁습니다. 다만 직물로 된 시트 뒷부분 안쪽을 약간 파놓았는지 무릎이 닿아도 공간의 여유가 있기에 딱딱하거나 아프지 않습니다. 여전히 미운 사람 앉힐 공간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1시간 안쪽 정도로 앉혀놓는 것쯤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렁크 또한 기대를 접어두는게 나은 수준. 바닥을 접어올리면 숨어있던 보조 수납공간이 드러나긴 하나 별로 큰 보탬은 되지 않습니다.


이 차는 쿠퍼"S"도 아닌 평범한 기본 쿠퍼입니다. 스펙표에는 3기통(!!!) 1.5리터 터보 136마력이 쓰여 있고, 요즘 유행하는 듀얼클러치니 뭐니 이런거 없이 평범한 6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스펙만 보면 성능상에 큰 기대를 안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운전대를 잡고 산길, 고속도로, 시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몰아본 결과 정말 완벽 그 자체입니다. 작은 기통수에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남성적인 사운드를 뿜어내며, 가속에 있어서 힘에 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스펙이 어쩌면 실제 능력보다 더 낮게 쓰여있...을 리는 없겠고, 동력 손실이 극도로 최소화되었다는 것이겠죠. 스티어링 감각도 경쾌하면서 원하는대로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미션 또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주면서 울컥임이나 충격이 없으니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배기량의 한계상 Y영역대를 넘나드는 즐거움은 쿠퍼S에 비할 수 없겠지만,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데에는 이 3기통 터보 쿠퍼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이렇게 즐거운 라이딩이 가능한 1등 공신 중 하나로 세미버킷 타입의 가죽시트를 꼽고 싶습니다. 레그레스트까지 조절이 가능하고, 거친 거동에도 몸을 잘 잡아줍니다. 이 좋은 시트가 쌩 기본형 쿠퍼에서도 기본이라는 점은 정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부분이죠.




미니 쿠퍼는 혼자 탈 때 뿐만 아니라 어머니나 아버지를 모시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만 타이어가 좀 아쉽습니다. 연비향상을 위해 개발된 이 키너지 에코라는 출고 순정타이어는 스포츠 드라이빙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일상 이동용 자동차에 쓸 때는 연비도 잘 나오겠고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미니 쿠퍼가 가진 운동성능을 생각하면 마치 육상선수에게 어린애들 고무신 신겨놓았다는 느낌이랄까요? 왜 이런 타이어를 순정으로 끼워놓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탔던 차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삼일도 안된 따끈한 새차였는데도 불구하고 공기압이 권장 적정치보다 조금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분명히 업체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차였는데도 컨디션이 벌써부터 메롱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즐겁게 달리느라 실연비를 체크 못 해본게 아쉬운데, 공인연비는 시내 12.9 / 고속도로 17.5 / 복합 14.6으로 나와있네요. 쿠퍼D 디젤 모델이 연비가 더 좋기야 하겠습니다만 기름값 걱정 안 하고 즐겁게 달리면서 얻은 트립연비가 11.8 정도는 되는 가솔린을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미니는 연비 챙기려 얌전히 정속주행이나 하면서 타기엔 너무나 아까운 차입니다. 디젤도 충분히 잘 달려주겠지만 가솔린과 같은 세련된 사운드와 리스폰스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미니 쿠퍼는 2,990만원짜리 기본형, 3,720만원짜리 하이라인의 두 종류 트림으로 구성됩니다. 전술했듯이 사실 기본형만으로도 딱히 편의장비 부족을 느낄 수 없는 구성입니다만, 막상 구입을 마음먹고 매장에 가시면 더 비싼 하이라인을 구입하시리라 90% 확신합니다. 사양 차이가 너무 심하거든요.



저는 사람이든 차든 눈이 맑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싸구려 할로겐 전구등은 용납이 안됩니다. 웃는 모양새의 DRL이 포함된 밝은 LED 헤드라이트는 하이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기본형에서 옵션 선택은 불가능하며, 부품을 따로 사서 장착할 시 매우 높은 비용을 각오해야 합니다.


프론트 그릴과 리어 센터 가니쉬도 기본형은 무광 은색 플라스틱, 하이라인은 크롬입니다. 테일램프도 기본형 전구식, 하이라인 LED. 뒷범퍼의 후방 안개등 주변 장식도 쿠퍼 하이라인에만 적용됩니다.


측면 사이드리피터도 기본형은 촌스러운 호박색으로, 하이라인은 흰색 투명커버입니다. 전구 종류까지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랜저XG도 앞 깜빡이 색에 따라 사이드리피터 색을 차등적용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휠같은 경우는 기본형은 정말 당장이라도 빼버리고 싶은 갑갑하게 생긴 디자인의 15인치, 하이라인은 이제야 신발다워보이는 1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및 오디오의 차이. 하이라인은 내비게이션, DMB, MINI커넥티드 기능 등이 가능한 넉넉한 8.8인치 스크린을 달고 있습니다. 에어컨도 기본형엔 수동식, 하이라인엔 운전석/조수석 온도 독립설정 가능한 풀오토로 차등 적용됩니다.


기어레버 주위로 가면 기본형엔 거의 아무것도 없고, 하이라인은 i드라이브 터치 컨트롤러 및 암레스트(아이폰/아이팟 커넥터 내장)가 달려 나옵니다.


오디오같은 경우도 하이라인이 6스피커로 사정이 좀 더 낫고, 오토 헤드라이트, 크루즈 컨트롤, 핸들 리모컨 등도 하이라인에만 있습니다. 기본형은 아무것도 없는 플라스틱 떡칠 쌈마이 핸들뿐 (...)

썬루프 역시 하이라인에만 있습니다


도어트림 피아노 블랙 장식 마감 적용 유무도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비교해보면 너무도 크게 와닿습니다.

미니 기본형을 사서 이것저것 꾸며주면 그것도 나름 봐줄만 하겠습니다만, 눈이 맑고 예쁜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LED 헤드램프를 무조건 달아야 하는데 그게 200~300만원 견적이란 말이죠.


하이라인으로 사게 된다고 생각하면 가격이 조금 애매한 것도 사실입니다. 약간만 더 얹으면 골프GTI/GTD같은 훌륭한 스포츠성향의 차들도 있고, 다섯명 충분히 탈 수 있는 네다섯문짝의 실용적인 차를 훨씬 싸게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 번 타본다면 달리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이 차의 매력에 푹 빠져서 단점이 단점으로 안 보일 정도로 콩깍지에 씌이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실용성만 빼면 감히 1.6리터 미만 배기량의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촌스러운 노란색 모노톤 컬러만큼은 정말이지 끔찍하게도 싫습니다. 지나가던 운전연습용 샛노란 프라이드 뒤에 붙었을 때 어찌나 동질감이 느껴지던지 (...) 투톤컬러는 필수입니다. 다행히 기본 검정/흰색 루프 정도는 옵션 추가대금이 붙지 않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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