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고 요새 말 많은 그랜저/아슬란입니다. 사실 똑같은 차에 엔진 라인업 적당히 조절하고 이름만 바꿔서 업스케일링한 사례는 대우 프린스/브로엄, 기아 캐피탈/콩코드, 옵티마/리갈, 현대 쏘나타/마르샤, 뉴그랜저/다이너스티, 르노삼성 SM5(2세대)/SM7(1세대) 등 국산차 역사에서 매우 유서깊은 상술


애스턴 마틴 DB9 / DBS / 비라지
(위쪽) 2004년에 첫 출시되어 아직까지 애스턴 마틴의 주력 라인업에 해당하는 DB9입니다. 후속 차종을 2년 뒤에야 내놓을 계획이라 하여 지겹지만 앞으로도 쭉 보게 될 몸입니다. 소량생산 메이커면서도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지 않아 제한적인 자체 플랫폼으로 어떻게든 파생차종을 넓혀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이다보니, DB9를 기반으로 이름만 다르되 거의 똑같은 차를 두 종이나 더 추가했습니다.
(왼쪽) DBS는 2007년 단종된 기함 뱅퀴시를 잇는 고성능 GT 쿠페로서 출시됩니다. 사실상 DB9와 같은 차였지만, 경량화와 전체적 성능 튜닝을 거쳐 선대 뱅퀴시S보다 더 빠른 랩타임을 가졌으며, 007 영화에 본드카로 출연하여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하였습니다. DBS용 V12 엔진을 그대로 올린 V12 밴티지S가 등장하며 성능상의 서열 족보가 조금 꼬이기도 했는데, 2012년에 신형 뱅퀴시에게 기함의 자리를 물려주며 단종되었습니다.
(오른쪽) 비라지는 2011년에 새롭게 추가된 라인업입니다. 당시 476마력으로 개량된 DB9보다 아주 살짝 높은 497마력 V12 엔진과 약간의 외형 변경 정도가 차이점입니다. 즉 DB9와 DBS의 중간점을 자처하는 포지션이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봐도 뭐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는 지경의 형편없는 차별화 때문에 시장에서의 반응은 냉랭했으며, 결국 18개월이라는 짧은 수명 끝에 단종되고 맙니다. 그리고 버려진 비라지의 바디 디자인은 고스란히 2012년형 DB9가 페이스리프트 명목으로 그대로 가져가게 됩니다

홀덴 스테이츠맨/카프리스
호주 홀덴의 쌍둥이 대형차 라인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선 GM대우가 스테이츠맨/베리타스라는 이름으로 수입, 판매하여 친숙한 얼굴이기도 합니다.


닛산 시마('01-'10) / 닛산 프레지던트('02-'10)
원래 시마와 프레지던트는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완전히 별개의 차였으나, 적자에 허덕이던 닛산에 대한 부활 플랜(Nissan Revival Plan)이 본격 가동되면서 닛산의 유서깊은 대형차 라인업 시마/프레지던트도 대대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스카이라인V35용으로 개발된 FM 플랫폼 대신 기존 프레지던트용 플랫폼을 개량한 시마가 2001년에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미국, 한국시장에서 인피니티 Q45라고도 팔렸던 그 차입니다. 수출시장에는 V8 4.5리터 엔진 사양으로만 수출되었으나, 내수시장에서는 V6 3.0리터 사양도 같이 판매되었습니다. 출력 280마력 자율규제 시대여서 내수용 V6, V8 사양간의 출력 제원은 모두 동일했습니다.
그리고 프레지던트는 시마에서 길이를 약간 늘린 리무진의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차로 비유하자면 에쿠스와 에쿠스 리무진이 각각 별개의 이름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함답게 4.5리터 V8 엔진만을 고집했으며, 5인승을 기본으로 4인승 릴랙싱 시트 옵션도 구비하여 토요타 센추리와 경쟁했습니다. 이 두 차종은 일본의 최신화된 안전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고 2010년에 모두 단종되었습니다. 시마/프레지던트급의 차세대 대형 후륜구동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던 닛산은 그 아랫급이었던 후가(=인피니티 M시리즈)를 자연스럽게 일본 내수시장 기함으로 올려버립니다. 수출시장용 인피니티 M56(현 Q70 5.6)이라는 V8 모델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닛산은 일본 내수시장 고급세단에 V8을 지금까지 쭉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닛산 후가('09-現) / 닛산 시마('12-現)
후가는 전세대 시마보다 길이만 짧을뿐 전폭과 높이제원은 제법 여유가 있었기에 그럭저럭 기함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습니다. 그래도 체면이 서질 않았는지 닛산은 2012년에 후가의 전장을 늘린 롱바디 모델에 시마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기함으로 출시하였습니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전면부 위주로 디자인을 약간 변경했고, 후석 편의옵션을 확대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V8은 없지만, 해외에서도 호평받은 V6 3.5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라인업을 단일화하여 정숙성을 챙긴다는 전략입니다. 이 차는 미쓰비시가 프라우디아/디그니티라는 이름으로 OEM 판매하고 있고, 2014년부터는 인피니티 Q70L이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오리스('06-'12) / 토요타 블레이드('06-'12)(*일본 내수 한정)
(좌측) 글로벌 공통으로 판매했던 코롤라를 북미형 세단, 유럽/일본형 해치백으로 이원화하는 전략에서 탄생한 오리스입니다.(아반떼XD로 전세계 커버하다가 차기모델부터 북미형 아반떼HD, 유럽형 i30로 이원화했던 현대차 쪽 사례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유럽 C세그먼트 경쟁자들(골프 등)과 경쟁하기 위해 폭이 1,760mm로 늘어나 5넘버 소형차보다 큰 3넘버 분류에 들어가게 되었고, 일본 내수 시장에선 5넘버 규격(전장 4.7m 미만, 전폭 1.7m 미만, 전고 2.0m 미만, 배기량 2,000cc 미만을 충족하는 차)을 만족하는 코롤라 라인업이 따로 편성되게 됩니다.
(우측) 그리고 활동적인 성인들을 위한 컴팩트 프리미엄 해치백을 표방하며 블레이드라는 파생 모델이 출시됩니다. 오리스와 같은 차이되 앞뒷부분과 램프류 디자인이 달랐고, 컴팩트카치곤 상당히 대배기량인 2.4리터, 3.5리터 엔진을 얹으면서 기본 오리스보다 많은 부분을 강화했습니다(리어 서스펜션 토션빔->더블위시본, 바디 일부와 브레이크 강화, VSC 기본적용, 내장재 스웨이드 마감 등). 대형차를 타왔던 일본 50-60대 베이비부머들이 고급스러운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더 작은 차를 사고 싶어하는 경우, 육아 목적으로 미니밴을 타왔던 부부들이 자녀가 성장한 뒤에 새로운 자동차를 찾는 경우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게다가 컴팩트 프리미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에코카 감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렉서스 CT200h가 일본 내수시장에도 등장하면서 블레이드는 더더욱 비참해졌고, 결국 2012년에 단종되었습니다. 오리스가 2세대로 탈바꿈한 현 시점에서도 블레이드의 후속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노아/복시/에스콰이어도 위와 같은 차종 우려먹기에 해당합니다. 오리스랑 블레이드는 엔진이라도 서로 달랐지 노아/복시/에스콰이어는 모두 똑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더욱 독한(?) 일란성 쌍둥이들이죠


토요타 캠리('06-'11) / 토요타 오리온('06-'11)
토요타 호주법인이 중형차인 캠리의 디자인을 살짝 수정해 대형차로 내놓은 사례입니다.


토요타 캠리('12-現) / 토요타 오리온('12-現)
4기통 캠리/6기통 오리온 전략은 현세대 캠리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대 캠리/오리온랑 달리 현세대에선 디자인적 차이가 많이 줄어들되 내부 인테리어상의 차이를 약간 확대했습니다.

아슬란도 그랜저와 겹치는 부분이 어느 정도 보이긴 합니다만 위에 서술된 모오오오든 차들과 달리 실내/외 디자인을 완전히 다른 차 느낌으로 뜯어고친 차이기도 하죠. 겉부분도 범퍼랑 라이트류 몇개 바꾸는 것 정도로는 절대 개조가 불가능하고요
국내 한정으로 생각해봐도 SM5의 범퍼리프트라고 비아냥이 많았던 SM7이 예상을 깨고 잘 팔렸었고
[#ADSENSE|ca-pub-7629890225161729|5258836292|1|320px|50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