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T&E(Transport & Environment)가 발표한 2014 Mind thd Gap 리포트에서 EU시장 자동차들의 연비 과장의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이 리포트는 EU 공인연비 측정방식의 허점을 악용하여 연비 수치를 과장하는 메이커들이 많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일반 운전자들의 불만 통계를 보면 2001년에는 그 평균 갭이 8%, 2013년에는 무려 31%로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연비 괴리로 인해 EU국가 운전자들은 연 평균 500유로가량 유류비를 추가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3년판 Mind the Gap 보고서가 지적했던 EU시장 메이커들의 연비 과장의 트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험실 측정 환경에서 조작 가능한 변수들
1. 알터네이터를 무력화해서 배터리 충전이 되지 않도록 하기 - 실제 측정 연비 대비 1% 향상 가능
2. 브레이크 패드 위치 조작 - 전륜 조향 또는 일상 주행 시에도 기본적으로 디스크 및 패드에 마찰이 가해지는데, 이를 최소화하여 구름저항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구를 수 있게 브레이크 시스템을 세팅함. 실제 도로 주행 환경에서 이렇게 세팅하면 당연히 제동거리가 늘어남 (...)
3. 공차중량 감량 - 옵션과 장비가 가장 최소화된 기본형 모델을 사용.
4. 테스트 환경을 매우 높은 고온으로 맞추기 - 이론적으로 엔진은 고온 환경에서 더 빨리 워밍업(warm-up)되고 효율이 증가하는데, EU 규정상 테스트 환경 온도를 20도 이상, 30도 이하로 넓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29도에 딱 맞춰서 연비 측정을 한다는 것. 온도 20도 환경과 29도 환경의 연비는 1.5~2%가 차이나는 것으로 밝혀짐. 보통 실제 상황에서는 그 정도로 더우면 에어컨을 작동하기에 연비에 디메리트가 되겠지만, 일단 연비 0.1이라도 더 많이 뽑는게 목적인 메이커들이 테스트드라이버로 하여금 에어컨같은 것을 가동하게 할 리는 없기에 (...)
5. 특수 윤활유 사용 - 윤활유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을 악용하여 실제 표준 소모품으로 규정한 윤활유가 아닌 특수 윤활유를 사용함. EU시장 메이커들이 연비 과장을 위해 사용하는 특수 윤활유는 실제로는 매우 비싸서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움.
6. 테스트 사이클 악용 - EU 테스트 사이클에 20%나 되는 공회전이 포함되기에 ISG(엔진 스타트-스톱)의 장착만으로 공인연비를 4~5% 높게 뽑아낼 수 있음. 실제 도로주행 환경의 경우 공회전 상태에 들어가는 비중이 20%나 되지는 않음.
7. 테스트 오차 악용 - EU 연비측정에서 테스트 드라이버의 인지적 오류를 감안하여 허용되는 속도 커브의 오차 ±2 km/h 또는 ±1.0초 부분을 악용하여 최대한 오차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테스트함. CO2 배출량 1~1.5% 절감 효과가 있음
8. 기어 변속 조작 - 최대한 높은 단수로 변속하여(1단을 뛰어넘고 2단부터 5단까지 사용한다든지)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증대. CO2 배출 6% 절감 효과 기대 가능
9. 실험 장비 규정에 허용된 예외규정을 최대한 활용
10. CO2 배출량 오차범위 4%를 활용하여 CO2 배출량을 측정치보다 최대한 낮은 수치로 발표

* 주행실험 측정 환경에서 조작 가능한 변수들
1. 기본 장착 사양 탈거 - 기본 장착되는 루프레일, 추가 등화류, 윙미러 등의 장비들을 탈거하여 중량, 공기저항상의 이득을 챙김
2. 타이어 공기압 표준 이상으로 주입 - 실제로 공기압이 과하게 설정되어 있으면 운행 중 터질 위험이 있음. 2009년부터 순정 타이어와 권장 공기압을 의무화하자고 EU에 건의하였으나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았고, 타이어 관련 규정은 폭 수치밖에 없음(...)
3. 저구름저항 타이어 사용 - 실제 양산 시판차에 사용되는 것과 다른 제원의 저구름저항 타이어를 사용하여 연비를 2%가량 향상 가능. 타이어 트레드 깊이도 실제 시판차보다 더 낮은 경우도 많아 2011년부터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도 관련 규정 미비로 메이커들이 많이 사기치고 있음.
4. 휠 얼라이먼트 및 브레이크 패드 위치 조작 - 시판차들은 핸들링과 노면 밀착 안정성 사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휠 얼라이먼트를 설정하고 있으나, 테스트카의 얼라이먼트 세팅을 주행저항 테스트 환경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바꿔 구름저항 20% 감소, 연비 3% 향상 효과 기대 가능. 브레이크 세팅 조작은 전술한 것과 같음.
5. 공기저항 감소 - 그릴, 문틈새 등 차량의 모든 단차와 틈새를 테이핑하여 연비를 개선할 수 있음. 물론 실제 주행 환경에서 연비 좀 높여보겠다고 이런 짓을 할 기인은 없지만 연비 0.1이라도 높여보려는 업체들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게다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음(...)
6. 특수 윤활유 사용 - 전술한 것과 같음
7. 길들이기 주행 장기화 - EU 규정상 최소 3000km의 길들이기 주행 후 테스트하도록 규정이 되어있으나, 길들이기 주행 가능한 거리의 상한선이 정해져있지 않아서 메이커들은 최적의 연비 및 CO2배출량을 뽑아낼 수 있는 구간까지 길게 길들이기를 한 후 테스트 차량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함.
8. 테스트 코스 경사각 및 노면 마찰 조건 최소화 - 1.5%의 경사각 오차허용범위 악용. 노면 마찰을 최소화한 특수 노면과 일반 도로 노면을 비교 시 연비가 3.1~4.7%까지 차이남.
9. 심혈을 기울인 테스트 환경 선정 - 고도와 기온이 높은 환경은 주행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 연비가 잘 나옴. 때문에 제조사들은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스페인 IDIADA 트랙을 테스트 장소로 많이 선호함.
10. 테스트 주행 속도 오차범위(고속범위 40~120km/h에서 5%, 저속범위 20km/h에서 10%)를 최대한 활용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만 EU 연비측정법 규정상 허점을 이용해서 충분히 조작 가능한 트릭들입니다. 그리고 연비 측정용 차량으로 시판 이전 단계의 프로토타입이 사용되는 일이 빈번하다보니, 실제 시판차와 다른 "연비 잘 나오게 세팅된 실험용 자동차"를 하나 만들어서 연비를 뻥튀기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ECU로 하여금 연비 측정 테스트 사이클에 가까운 운행 스타일을 감지하여 최적의 연비를 뽑아낼 수 있도록 조작하는 트릭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EU에서의 연비 과장 정도는 도가 지나친 수준입니다. Spiritmonitor가 조사한 EU시장 시판 자동차들 연비의 표기수치와 실제와의 괴리 수준은 업계 전체평균 31%이며, 연비과장이 제일 심한 메이커로는 43%의 다임러그룹(벤츠)가 손꼽혔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연비가 평균 3% 과장됐던 현대기아, 8.5% 과장됐던 포드에 처벌을 가했던 미국 EPA가 최근에 벤츠와 BMW-미니 차종들에서도 연비 과장 사실을 밝혀내어 처벌하고 차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할 계획이라는데, 위 표의 연비 차이 실태를 보니 다른 유럽계 메이커들도 미국에서 떼거지로 연비 과장이 드러나 난리통을 치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EU는 비현실적이고 기업친화적인 현 연비측정제도의 대안으로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라는 UN 주도의 통합 연비/환경 규제 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나, EU 회원국가들은 자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등쌀을 밀려 제도 도입을 2022년으로 늦추자 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리포트를 발표한 T&E는 EU도 어서 최근 도로주행 현실 여건을 반영하여 철저한 연비검증을 진행하는 미국 EPA를 본받을 것을 촉구하며,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2020년엔 연비 과장이 업계 평균 50%로 치솟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럽 쪽 연비 출처 : 각사 독일 공식 홈페이지, 한국 쪽 연비 출처 : 에너지관리공단
양쪽 모두 변속기는 토요타 86을 제외하고 오토매틱 또는 DSG 사양으로 맞춤
그래서 일부 대표차종 위주로 근성으로 정리해본 유럽과 한국 공인연비 비교표입니다. 원래 미국 연비와 다함께 모아 정리해보려다가 3개국에 동일한 사양으로 팔리는 차종이 많지 않은데다 만들다 눈알 빠질 것 같아서 EU-한국간만 비교해봤습니다. 우리나라 공인연비와 비교해봐도 유럽연비 쪽이 훨씬 높게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내연비보다 고속도로 연비에서 뻥튀기가 무척 심하게 발생하네요. 한편으로 EU는 차종의 CO2 배출량별로 세금과 보험료가 크게 차이나다보니 제조사들이 연비와 CO2배출량을 더 우수하게 표기할수록 소비자들이 내야 할 세금이 적어지기에, 이토록 지속되어온 연비 뻥튀기에 사람들이 어쩌면 관대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http://www.transportenvironment.org/press/mercedes-ranks-no-1-europe%E2%80%99s-list-fuel-economy-cheaters-%E2%80%93-report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일본차들의 연비과장과 관련해서 아오이님의 흥미로운 번역글이 올라왔습니다. http://mockory.blog.me/220178201304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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