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의 SUV 신차 쉐보레 이쿼녹스를 시승해보았습니다. 이쿼녹스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존재감이 희박하지만 북미 지역에선 판매 상위권을 달리는 간판 패밀리 SUV입니다. 2018년 부산모터쇼에서 첫 공개 직후 판매 중인 이쿼녹스는 국내엔 멕시코공장산 모델이 수입 판매되고 있는데, 패밀리 SUV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차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시승차는 퓨어 화이트(GAZ) 색상에 1.6리터 디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AWD 트림 풀 옵션 사양.

1. 외형
북미에선 3세대째에 이른 이쿼녹스는 2005년 1세대 출시 이후 2017년 북미 데뷔한 현모델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지속 작아진 점이 특징입니다. 큰 SUV 라인업을 다채롭게 갖춘 GM인만큼 이쿼녹스는 체급이 내려간게 아니라 알맞게 다이어트가 되었다고 봐야죠. 싼타페와 투싼 중간 정도 크기제원을 가진 이쿼녹스는 트렁크 테일게이트와 랩어라운드 풍으로 이어지게끔 그려진 3열 글라스, 최신 말리부에도 적용된 춤추는듯한 사이드 굴곡으로 인해 "뭐와 뭐 사이의 어중간한 크기"라는 느낌보다는 제법 당당하고 커보이는 느낌을 완성했습니다. L자를 그리듯한 형상으로 C필러와 벨트라인에만 광택 소재로 테두리를 두른 점도 특이해보입니다.

전면부는 최신 쉐보레 모델들의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 잘 조각된 인상입니다. 특별히 타회사 차를 모사한듯한 인상도 전혀 없고, 남녀노소 누가 주인이 되어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페이스. 방향지시등과 안개등을 범퍼 하단으로 내리고, 헤드램프는 LED DRL과 LED 전조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말리부를 그대로 SUV로 변신시킨듯한 후면부. 너무 단순해보이고 멋이 없는 테일램프를 빼면 특별히 흠잡을 데 없습니다. 머플러팁은 범퍼 안쪽에 수도꼭지처럼 말아내려 겉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쉐보레의 중형 이상급 차들은 꼭 이렇게 앞도어에 차명 로고를 길게 늘어놓죠. 19인치 울트라 브라이트 전면가공 휠과 235/50R19 한국타이어 벤투스 S1노블2 타이어 조합은 최상위급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트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2. 내장
실내는 말리부의 것을 그대로 떼다 옮긴듯한 익숙하고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일전에 작성한 말리부 시승기(http://avantgarde.egloos.com/4150317)를 보면 이 두차가 얼마나 비슷한 실내 분위기를 가졌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UI 디자인이 참 구시대적인 느낌을 주는 쉐보레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때문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지만 그 외에는 제법 괜찮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조 컨트롤러는 말리부의 것과 거의 유사하지만 풍향 설정 버튼 구성이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가운데에 설정온도가 항상 표시되는 듀얼에어컨 컨트롤러는 똘똘해보이는 느낌이고, 풍량은 가운데에 조명이 켜지는 양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진상으론 2칸만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폭염에 없으면 안될 존재인 1열 통풍시트는 프리미어 트림부터만 기본입니다.



지난 문단 앞머리부터 마이링크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긴 했으나, 다행히 쉐보레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메이커라는 점! 근래 제가 삼성 갤럭시S9 제품으로 기변을 하여 안드로이드오토를 이 차를 통해 처음 써보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에 미리 안드로이드오토, 카카오내비 어플 설치가 되어 있어야 하며, USB케이블로 연결됩니다. (벤틀리, 인피니티, 재규어, 랜드로버, 르노삼성은 아직 안드로이드오토 미지원 상태)
안드로이드오토는 저의 스마트폰 사용환경에 정말 잘 어울린다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없느니만도 못한 애플맵 때문에 제대로 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었던 애플 카플레이와 달리 안드로이드오토는 카카오내비로 똘똘하고 안정적인 길안내를 선보입니다. 유독 멜론앱과 궁합이 안좋던 애플 카플레이와 달리 안드로이드오토는 멜론의 여러군데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를 속속들이 꺼내 틀 수 있으며, 음성인식도 나무랄 데 없습니다. 다만 안드로이드오토로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다른 멀티태스킹을 하기엔 버거웠습니다. 갤럭시S9이 지금 기준으로도 스펙이 크게 딸리는 제품이 아님에도 안드로이드오토 연결상태에서 카메라나 카카오톡같은 다른 기능을 동시에 쓰자니 지나친 속도 저하로 무리가 따랐으며, 멀티태스킹을 시도할 경우 폰 자체의 발열이 크게 초래됩니다. 물론 혼자 운전할 때엔 핸드폰을 쓰지 않아야겠기에 크게 문제될 일이 없으나, 동승자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하려면 상당히 골치아프겠다 싶습니다.

쉐보레 말리부의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계기반. 넓은 풀컬러 트립모니터는 폰트가 촌스럽긴 하나 다양한 정보를 담아 보여줍니다. 유종과 파워트레인 특성상 엔진 오토스탑 구간의 별도 표기, 요소수 주입 필요시점 표기모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쉐보레 여러 차종들끼리 돌려쓰는 스티어링 휠. 불륨 업/다운, 곡넘김 기능 버튼을 다른 차들의 패들시프트 자리에 숨겨둔 점도 동일.

개인적으로 참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GM의 패밀리카 성향 차들이 늘 적용하는 토글버튼 방식 기어 업/다운모드가 이쿼녹스에도 따라옵니다. 근데 말리부 2.0T처럼 차가 낮고 기본 운동성능이 좋으면 스포티 라이드를 방해하는 저 방식이 끔찍하게도 원망스럽지만 패밀리 SUV인 이쿼녹스에선 어차피 템포를 낮춰 주행하게 되기에 크게 단점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핸드폰 무선충전 데크가 크루즈와 달리 앞자리 하단 보조수납공간으로 이동하여 넣고 빼기 편하게 되어있습니다. 핸드폰 모양으로 살짝 구멍을 파두어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고, 제 갤럭시S9가 알맞게 거치됩니다. 다만 갤럭시S9플러스에 평범한 젤리케이스 씌운 정도 크기의 큰 스마트폰이 저 구멍에 맞지 않는 난감함이..
컵홀더 위아래로 파킹어시스트, 차선유지보조장치 버튼이 붙으며, 기어노브와 암레스트 사이엔 넓은 보조수납공간이 따라갑니다. 크루즈가 이런 공간활용이 너무 부족해서, 실제로 지갑과 스마트폰을 어디에도 편히 보관이 불가능해 비판을 많이 했었는데 이쿼녹스에선 많이 나아졌네요.


천정 선글라스 수납함에 더불어 심지어 조수석 왼다리 옆에 그물망으로 작은 보조수납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워낙 SU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다른 차들 벤치마킹은 살아남기 위해선 필수죠.

깊이가 깊고도 긴 암레스트 수납공간.


인조가죽과 은은한 갈색 스티칭을 넓게 적용하여 고급스러운 맛을 살리고자 했으나, 특별히 우드나 카본, 알루미늄 그레인같은 장식이 없다보니 내부를 블랙 모노톤 색상으로 고를 시 차가 참 단조로워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소재 질감이나 공간활용상 특별히 흠잡을데 없을 뿐만 아니라, 앞뒤 좌우 모든 윈도가 오토 업다운이 가능하다는 의외의 장점이 따라옵니다. 보스(BOSE) 7스피커 사운드 시스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음감을 선보입니다. 사이드미러 오토락폴딩이 불가능한 점은 미국 소비자 지향 특성이겠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겐 아쉽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캐딜락 XT5 차종에서도 봤던 테일게이트 오프너 버튼 및 개방 각도 조절 다이얼이 이쿼녹스에도 따라옵니다. 동생 소형 쉐보레랑 공용하는 것도 많지만, 형님 캐딜락으로부터 공용하는 것도 의외로 많습니다.


2열 공간은 제가 타본 1,600cc 이하 차 중 가장 넓은 수준. 이쿼녹스는 사실 2005년 첫 데뷔 모델이 싼타페TM보다 크고 엔진도 V6 3리터대 사양만 얹던 제법 큰 차였는데, 그 시절보다 훨씬 작아진 현 3세대 모델도 앞뒷좌석 모두 공간상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키 181cm의 필자 체격으로 이 차의 뒷좌석은 싼타페TM과 체감상 큰 차이를 못 느낄 수준으로 넉넉합니다. 다만 그 차와 달리 2열 시트의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기능 및 글라스 롤블라인드 기능 등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2열 공간은 사륜구동 차량임에도 가운데 자리까지 완전히 플랫하게 만들어진 점이 특이합니다. 2열 에어벤트, USB 아웃렛 2구, 시거잭 1구, 220V 파워아웃렛 1구로 풍부하게 구성된 전원공급수단은 뒷자리 손님들의 다양한 전자기기 충전을 약속합니다.




트렁크 공간도 크기에 비해 넓다는 느낌. 2열 시트를 쉽게 젖힐 수 있는 레버, 언더트레이 보조수납공간, 그리고 그 아래 에 또 스페어 타이어 공간까지 갖춰 공간을 알차게 구성했습니다. 3열 보조시트 옵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이쿼녹스 1.6 디젤의 페이퍼스펙은 최대출력 136ps@3,500rpm, 최대토크 : 32.6kg.m@2,000~2,250rpm입니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된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에 올라가는 스마트스트림D 디젤 1.6 엔진과 비교해보면 최대출력 발생구간이 조금 다른 것을 빼면 완전히 동일한 성능제원.

중형 SUV라고 자칭하는 몸집에 투싼/스포티지의 것과 비슷한 성능수준의 1.6리터 디젤엔진이면 힘에 부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쿼녹스는 패밀리 SUV로서 이만하면 적당하다 싶은 성능을 냅니다. 사진 배경지의 대관령 산길을 비롯해 고저차가 높은 산길을 여러군데 돌아봤는데 높은 경사의 언덕길도 무리가 없습니다. 급한 추월가속에서 인내심을 요하는 등 사실 대단히 고성능이라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여유를 잃지 않을만큼의 성능은 확보한 것이 장점. 라이드 앤 핸들링 또한 크루즈, 말리부에서 맛봤던 것과 비슷한 탄탄한 질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방음대책도 크루즈보다 신경을 더 많이 끈 것일지 같은 파워트레인임에도 이쿼녹스 쪽이 보다 NVH 성능이 좋았습니다.
단점을 지적하자면 컨디션 나쁜 노면에서 타이어 소음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온다는 점(순정타이어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노블2), 이제 굳이 지적하기도 입 아픈 GM 종특 토글형 매뉴얼 시프터의 운전재미 박탈 정도가 생각납니다. 더불어 6단 자동변속기는 편안하게 타기엔 알맞게 잘 조율되어 있으나, 단수가 한두단 더 높았다면 보다 정숙한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을 한꼬집 더해봅니다. 경쟁모델인 투싼/스포티지는 7단 DCT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이쿼녹스는 LS 최하위 트림부터 전방충돌경고(FCW), 저속자동긴급제동(AEB), 후측방경고, 사각지대경고(BSD), 차선이탈경고(LDWS)+차선유지보조(LKAS) 등의 ADAS 관련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트림부터는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까지 추가 적용됩니다. 관련 모든 경고는 무소음으로 운전석 시트의 진동을 통해 전달하고, 후방카메라 모니터의 경고아이콘 반복 점멸로 동승자들의 불안감 유발 없이 효과적으로 경고를 보냅니다. 또한 FCW 개입 필요 시 붉은 LED를 헤드업 타입으로 점멸시키는 방법은 쉐보레 스파크부터 캐딜락 차종까지 GM이 공통 적용하는 영민한 방법이죠.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대신 일반 크루즈컨트롤과 스피드리미터 정도 적용에 그치는 부분은 패밀리카로서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며, LKAS는 여전히 핸들 무파지 주행간 핑퐁 현상을 보이는 한세대 이전 수준의 기술입니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가 옵션으로도 선택 불가한 부분은 경쟁 국산 SUV 대비 치명적 약점으로 생각됩니다.


5. 연비
만탱크 상태에서 717km 가량 주행하자 잔여주행가능거리 88km 시점부터 경고등이 들어옵니다. 트립모니터가 안내한 만탱크 상태에서의 주행가능거리 750km가 허구는 아니었다는 느낌. 사륜구동 패밀리 SUV로써 이쿼녹스는 고속도로만 올라가면 20km/L에 가까운 연비를 쉽게 뽑아내며, 필자의 분당 ↔ 종로 출퇴근길(약 30km 이상) 동선으로 비교해봐도 무정체 출근길 19km/L, 정체 퇴근길 10km/L 초반대로 상당히 괜찮은 수준. 싼타페와 실내공간이 비슷한 차지만 연비는 10% 가량 더 좋다고 생각하면 경제성 측면에서의 장점은 꽤 빛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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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격 대비 가치
제가 타본 사양은 이쿼녹스 1.6 디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6AT(3,985만원)에 AWD+전자식 저속주행장치(197만원)이 더해진 4,182만원짜리 풀 옵션(2018년 개소세 인하 적용기준). 이쿼녹스는 AEB, LKAS, BSD, EPB 등 편의/안전옵션을 대거 기본장착한 점이 알차지만, 그 이상의 뭔가(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는 옵션으로도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미공장에서 수입되어오다보니 옵션 선택권이 대단히 제한적인데, SUV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AWD(197만원 옵션)와 파노라마 선루프(기본)는 LT 익스클루시브(3,549만원),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3,985만원) 2개 트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패밀리 SUV로서 필요한 옵션(통풍시트, 파워 테일게이트, 루프랙 등)을 넣다보면 결국 최상위 트림을 억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타사 SUV들과 비교해보면 음.. SUV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가격사양 구성 개선이 필요하겠습니다.







7. 총평
이쿼녹스는 2006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너무 오래 우려먹고 있던 캡티바(윈스톰)보다 모든 것이 우월합니다. 캡티바보다 작지만 체감 실내 공간은 전혀 부족하지 않으며, 캡티바보다 400cc 낮은 엔진을 쓰면서도 전혀 허덕이는 감이 없을 뿐더러 연비는 월등히 앞섭니다. 굳이 이쿼녹스에 없고 캡티바에 있는 뭔가를 찾자면 (실상 쓰기도 애매한) 3열시트 정도? 지금 시점에선 한국지엠의 중형 SUV 자리로 캡티바가 단종되고 이쿼녹스만 남겨놓는다 한들 아무도 아쉬워할 고객이 없겠죠.
다만 국산/외산 수많은 SUV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현 시장여건에서 이쿼녹스는 가격대비 사양구성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수입모델로서 본토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해온 수많은 한국지엠/르노삼성의 외산 모델들은 초반 아주 잠깐의 이슈몰이만 성공했을뿐 인기가 금방 식어버리기 마련이었고, 유감스럽게도 이쿼녹스도 똑같은 방식으로 첫 단추를 꿰맸습니다. 국산 동급 경쟁모델들은 디자인도 성능도 사양, 심지어 가격경쟁력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1600cc SUV로써 경쟁모델대비 자동차세도 저렴하고 연비도 좋으면서 넓은 공간까지 가진 점은 분명 칭찬할 만 하지만, 이쿼녹스는 "***치곤 좋다"가 아닌, "이 차가 아니면 없는 무언가"를 반드시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솔직히 "이 차엔 없는 무언가"만 기억에 남는군요..
장점 : 1600cc SUV 중 가장 넓은 실내공간, 폭넓은 안전보조옵션의 기본탑재, 몸집에 알맞은 디젤엔진의 준수한 동력성능과 연비
단점 : 경쟁 국산 중형 SUV 대비 열세를 보이는 가성비
본 후기 글은 한국지엠 쉐보레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한국지엠 쉐보레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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