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출시된 2세대 현대 제네시스(DH)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로의 독립 차원에서 차명 변경과 상품성 개선이 적용된 제네시스 G80을 시승해보았습니다. 데뷔 연차가 오래된 G80은 경쟁차 대비 상품성을 강화하기 위해 G80 3.3T 스포츠의 외형 치장을 내려받은 스포츠디자인 셀렉션, G80 최고급 사양의 내장재 업그레이드를 모아둔 시그니처디자인 셀렉션 옵션을 마련했는데, 이번엔 시그니처디자인 셀렉션이 적용된 시승차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1. 외형
현대 제네시스(2세대 : DH)에서 제네시스 G80으로 넘어오면서 디자인 변화는 생각보다 미미합니다. 보다 크롬 치장이 늘어나고 LED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변경된 것 외엔 크게 차이점을 캐치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2013년 처음 나온 2세대 제네시스(DH)의 디자인 완성도가 애초에 수준 높기에 소극적 페이스리프트로 마무리한듯 싶습니다.

신규디자인 풀LED 헤드램프는 LED 전조등 하우징이 묘하게 사각형 형태를 띄어 더욱 세련된 느낌입니다.

제네시스(DH)가 처음 출시된 당시에는 그릴 디자인을 어색하지 않게 같이 ADAS용 센서 표면에 증착시킨 것도 나름 자랑거리였으나, 요즘 시대엔 낮은 원가로도 구현 가능한 기술이라 크게 신기할 것도 없죠. 그릴 디자인이 그랜저IG와 비슷한 형상이어서 제네시스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다음 G80(3세대, RG3)의 경우 GV80 컨셉트에서 표현된 제네시스만의 디자인요소가 반영된다고 합니다.

측면부는 더더욱 변경점을 찾기 애매합니다. 휠 디자인도 19인치 휠타이어 사양으론 기존 제네시스(DH)와 동일하기 때문. 국산 고급차 수요층 특성상 검정색으로 많이 출고되는 차지만, 이 시승차처럼 밝은 자연광 아래에서 묘하게 녹색 톤을 띄는 그레이스풀 그레이 색상도 적극 권해드립니다.

엠블럼을 빼곤 변경점을 더더욱 찾기 힘든 후면부. 풀 LED 테일램프는 제네시스 G80 스포츠와 달리 사이드 인디케이터가 매트릭스 LED가 아닌 그냥 일반 LED입니다.

순정 타이어는 앞 245/40R19, 뒤 275/35R19 컨티넨탈 프로컨택트 TX. 전용 실런트로 차음 능력을 강화한 사계절 컴포트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2. 내장
데뷔 초창기엔 호사스럽고 이전 제네시스(BH)보다 훨씬 좋게 느껴졌지만, 세월이 흘러 워낙 쟁쟁한 경쟁차들이 신모델로 탈바꿈하다보니 그들 대비 조금은 올드한 느낌의 실내입니다.


블랙 프라임 나파 가죽시트, 블랙 모노톤 인테리어에 샤펠레 오픈포어 리얼 우드그레인의 조합. 요새는 제네시스 G90, 기아 K9 등에서도 볼 수 있는 오픈포어 리얼우드는 사실 제네시스DH부터 원조였죠. 일반적인 광택 소재 우드그레인과 달리 나무의 결이 느껴지고 질감과 촉감 모두 한차원 높은 만족도를 선사합니다.


큰 특징은 없는 4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7인치 LCD 클러스터가 적용된 계기반. 스티어링 휠엔 ADAS 기능 동작을 위한 많은 리모컨 버튼들이 보입니다.

센터페시아 조작부의 모습. 아날로그 시계에 제네시스 로고가 새로이 입혀졌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쓰기 편하게 구성되어있긴 하나, 공조 조작계의 경우 설정온도/풍향 등의 상태를 표시할 상시 모니터가 없는 점이 단점입니다. 뭐 공조 컨트롤러 아무거나 만지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하단에 바로 표시되긴 합니다만..

9.2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 블루링크.. 아니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의 화면에 들어간 모습. UI의 톤 앤 매너가 현대차의 UI와 비슷한 점이 아쉬움인데, 보다 제네시스만의 느낌을 입힐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시프트 바이 와이어(SBW) 전자식 변속기가 적용된 모습. 버튼들이 전체적으로 큼직하고 쓰기 편하게 배치되긴 했지만, 다음 세대에선 버튼 자체의 질감 개선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앞쪽엔 USB포트와 무선충전데크, 암레스트 안쪽엔 시거잭 포트 두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뒷좌석의 모습.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196만원), 리어 듀얼모니터 옵션(245만원)이 빠져 있는 시승차지만, 충분히 넓직하고 갖출건 다 갖춘듯한 구성입니다. 헤드레스트 뒷쪽으로 돌출되는 모니터가 없어서인지 공간적인 체감여유는 더 넓게 느껴지고요.

리어 암레스트는 공조, 열선시트, 오디오, 조수석 파워시트, 리어 선셰이드 등을 컨트롤 가능한 리모컨이 존재합니다. 보통 E세그먼트 유럽차에선 잘 볼 수 없는 구성이죠.

제네시스 G90에선 볼 수 없는 넓다란 파노라마 선루프는 비교우위지만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선셰이드 대신 일반적인 수동 선셰이드가 달린 점에서는 역시 급나누기의 흔적이 느껴진다 할까요.. 이건 사실 동급 수입차들도 비슷한 방식이긴 합니다.


넓다란 트렁크. 요새 국산 세단 중에 스페어타이어가 기본으로 붙은 승용세단으로는 이 차가 참 오래간만인듯..


3. 성능/주행감각
제네시스 G80은 V6 휘발유 3종(3.3GDI, 3.3 T-GDI, 3.8GDI)과, l4 디젤 1종(2.2D)의 4종 파워트레인 구성입니다. 어떤 차든 변속기는 8단 AT 고정. 제네시스 최초 출시 이후 뒤늦게 합류한 3.3T-GDI나 2.2D를 새로이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이번엔 G80의 베스트셀러일 3.3GDI HTRAC(AWD)사양으로 만나봤습니다. 최대출력 282ps@6,000rpm, 최대토크 35.4kg.m@5,000rpm의 페이퍼스펙을 가집니다.
지난번 다룬 K9의 3.8GDI 엔진과 마찬가지로 G80 3.3GDI 엔진도 후기형 제네시스(BH)부터 쭉 많이 알려진 익숙한 엔진입니다. 경쟁사의 l4 2.0리터대 과급기 엔진 대비 회전질감이 확실히 깔끔하고 정숙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석 모두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기도 했고, 전체적인 NVH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 G80은 중량만 무거우면서 힘이 없다는 편견이 웹상에 과할 정도로 소문난 차지만, 폭발적인 가속성능의 후련함이 없다 할 뿐 중장년의 오너드리븐 내지 쇼퍼드리븐 세단으로서는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느껴지는 단점이라면 2톤이나 되는 무거운 중량, 그립 성능에 특화되지 않은 사계절 타이어,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반박자 느린 시프트 반응을 보이는 변속기의 특성상 산길에서는 경쾌한 거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굽이진 국도나 산길에서의 운전을 즐기실 분들에겐 애초에 G80보다는 G70이 더 잘 어울리겠죠.
겉보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모 때문에 기대하진 않았지만, G80은 "현대 제네시스(DH)" 시절 대비 하체의 느낌도 의외로 상당히 진보했습니다. 4년 전에 잠시 제네시스DH 3.3 HTRAC을 집에서 자가용으로 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엔 대형차답지 않게 요철에서의 바운스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조금 실망이 컸습니다. 제네시스DH는 런칭 당시 독일차 워너비 성향을 강하게 내비치며 뉘르브루크링에서 요란하게 코스를 헤집는 광고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에겐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예고도 없이 억지로 입힌듯한 느낌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물론 DH와 G80을 같은 시점과 조건에 맞춰 나란히 타본 것은 아니기에 정확한 정성적 비교평가는 어려운 영역이지만, 이 차를 혹여 중고차로 구매하시려 한다면 필히 G80으로 바뀐 뒤의 모델을 적극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신형 K9(RJ)의 구렁이 담 넘는 듯한 느낌만큼은 아니지만, G80은 진동을 추스르는 느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제네시스DH는 안전구간 자동 가/감속을 지원하는 ASCC(Advanced Smart Cruise Control) 등 2013년 당시 현대차그룹의 가장 고도화된 ADAS를 갖춘 차였습니다. 다만 수년 뒤에서야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 차선유지보조) 등이 추가되는 등 단계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지금 시점에선 사실 훨씬 후대에 개발된 신형 K9(RJ)보다 ADAS 작동의 자연스러움이며 부가 기능들이 약간 떨어지는 편. 뭐 그래도 ADAS 자체가 없이 수입되는 일부 헛똑똑이 비싼 수입차들보다는 훨씬 편안한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ADAS를 갖췄다고 평할 만 합니다. 국내 소비자 비선호 추세 때문에 빠졌다지만 넥쏘에서 소개된 수준높은 주차 보조옵션 등이 차후엔 추가되길 기대해봅니다.

5. 연비
3.3GDI HTRAC 19인치 휠타이어 사양의 G80 공인연비는 도심 7.2, 고속도로 10.0, 복합 8.3km/L로 나타납니다. 트립 평균연비를 두자리로 만들어본건 고속도로에서 110km/h 내외로 크루징할 때 얻은 12.0km/L 정도가 최선이었고, 정차 후 재출발이 잦게 반복되는 시내나 정체 여건에선 어김없이 연비가 한자리수 숫자로 떨어집니다. 심지어 더 크고 대배기량인 신형 K9 3.8 AWD와 공인연비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점은 G80의 효율 측면에서의 매력을 떨어트리죠. 현대기아 R&D모터쇼를 매해 참관해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다른 차는 몰라도 대형차 영역에선 현대차그룹이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이라든지 연비개선형 신기술 적용에 가장 느립니다. 화성 모처에서 열심히 개발 중이겠습니다만 다음 G80은 지금 파워트레인과 같은 방향을 답습하고 있지 않길 바라봅니다.


6. 가격 대비 가치
본 시승차는 G80 3.3 프레스티지(5,969만원) + HTRAC(245만원) + 파노라마 선루프(118만원) + 시그니처디자인셀렉션(196만원)이 적용되어 6,528만원. 저라면 시그니처디자인셀렉션 대신 스포츠디자인셀렉션(98만원)을 적용하여 G80 스포츠의 외모와 분위기를 보다 합리적인 값에 즐겨볼 것 같습니다. 옵션을 어느정도 보정하면 K9 3.8보다 G80 3.3이 1,000만원 정도 더 저렴한데, 기존 현대나 기아보다 더욱 근사한 로고가 적용되고, 오너드리븐카로써의 중후함과 적당한 크기를 갖추고 있는 G80도 권해봄직 합니다.









7. 총평
2009 북미 올해의 차에 1세대 현대 제네시스(BH)가 선정된 것도 어느덧 벌써 9년 전의 이야기. 그 제네시스는 이제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부문 독립 브랜드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3종의 서로 다른 크기와 성격의 세단 라인업으로 확대 파생되었지만 G80은 브랜드의 시조로써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차입니다. G80은 크기, 가격경쟁력, 정숙성, 편의옵션 측면 강점으로 독일 경쟁차들을 상대로 여전히 방어전을 제법 잘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보다 고급차 출시 역사가 긴 일본차들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습니다. 인피니티는 데뷔 8년차의 Q70을 거의 손 놨다시피 했고, 렉서스 GS도 단종 유력 소식이 전해져오는 현 시점에서 제네시스 G80은 어쩌면 아시아 출신 후륜구동형 고급 E세그먼트 세단 중 유일한 유럽차 대항마가 될지도 모릅니다. 남들 유럽차가 보여주는 것 이상을, 아니 적어도 그들이 가지지 못한 비기가 한두가지 이상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텐데, 다음 세대 G80은 기성 주 고객인 중장년층 말고도 필자같이 젊은 세대들도 유혹할만한 무기를 갖추고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장점 : 동가격대 수입차 대비 넓은 공간과 풍족한 옵션 선택권, 4기통 터보 경쟁차 대비 월등히 앞선 정숙성
단점 : 풀모델체인지를 거친 경쟁차들 대비 다소 올드한 느낌, 무거운 중량과 대배기량 위주 엔진 라인업으로 인한 낮은 연비 효율
본 후기 글은 제네시스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제네시스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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