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로버 SUV 라인업 중 최고 기함인 레인지로버를 시승해보았습니다. 1970년부터 최고의 고급 SUV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는 레인지로버는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수많은 메이커들이 값비싼 SUV들을 내세우는 와중에도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지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1. 외형
현재 팔리고 있는 4세대 레인지로버는 2012년 하반기 첫 데뷔 후 최근 2018년식으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상품성을 강화했습니다. 세대가 지날수록 더 젊고, 더 멋쟁이가 되어가는 레인지로버는 4세대에서의 완숙미가 아주 훌륭합니다. 전장 5,000mm, 전폭 2,073mm, 전고 1,869mm, 휠베이스 2,922mm의 매우 큰 크기제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전혀 둔중해보이는 느낌이 없습니다.


워낙 원판이 훌륭한 디자인이다보니 페이스리프트로 인한 디자인 변경폭은 매우 미미하며, 램프류 디자인 정도에서나 구별 가능합니다.

단조로운 실버 컬러 휠과 아무 무늬가 없는 앞도어 하단 L자형 라인 가니쉬가 바디컬러로 통일되어 있어서 그런지 영 존재감이 떨어지는 측면부. 휠 디자인 바꾸고 L자형 가니시에 컬러만 입혀도 훨씬 멋져질 것 같은데, 이것도 다 유상옵션이란 말이죠.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해 주차 시 전고를 가장 낮게 낮춰 승하차 편의성을 돕습니다. 또는 높은 짐을 싣는 경우 트렁크에서 버튼 조작만으로 쉽게 차고를 높힐 수 있습니다.

테일램프는 점등패턴이 심플해보이게끔 디자인이 바뀐 것 외에 기존 레인지로버와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북미 풍으로 깜빡이가 브레이크등 자리에서 켜지는 것이 특징. 기존 레인지로버 오너들도 크게 배아파하지 않을듯..

랜드로버의 특징은 도어를 열면 B필러 상단에 모델별 상징 로고가 들어간다는 점. 이런 세세한 디테일의 차이가 다른 독일 브랜드 SUV들로부터 차별화되는 강점인듯 합니다.

제법 커보이는 21인치 휠. 이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레인지로버중 가장 기본형이라는 사실.. 전/후륜 모두 275/45R21 피렐리 SUV용 사계절타이어 스콜피오 베르디가 순정으로 들어갑니다. 좀더 돈을 붙이면 이 휠에 다이아커팅이 적용된 디자인이 붙거나, 22인치 멀티스포크로 업그레이드하거나 등의 사치를 부릴 수 있습니다.

2. 인테리어
랜드로버 최상위 SUV답게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호사스러운 실내의 모습.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재규어랜드로버의 최신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워졌습니다.

에어백커버까지 가죽으로 덮힌 고급스러운 스티어링 휠. 실내 가죽 트림에 맞춰 섬세하게 투톤 처리되어 있고, 핸들리모콘도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상/하단 두개의 스크린으로 모든 공조, 시트(열선/통풍, 마사지), 인포테인먼트 등을 컨트롤합니다. 전면 풀터치 스크린 방식 조작에 거부감이 아직 남아있는 제게도 생각보다 금방 적응 가능한 구성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다 보여드리기가 어려우니 영상을 통해 소개드리겠습니다.
https://youtu.be/3hKuOHeplXs

원목 트림으로 정갈하게 마무리된 중앙 조작부. 기어레버와 터레인 리스폰스 셀렉터 모두 다이얼식입니다. 터레인 리스폰스 셀렉터는 돌려서도 쓸 수 있지만 다이얼을 푹 눌러버리면 자동차가 능동적으로 지형을 파악해 최적의 드라이브모드를 알아서 선택합니다. 벨라와 달리 터레인 리스폰스 셀렉터가 터치가 아닌 물리 다이얼로 별도 마련된 점이 보다 직관적으로 활용 가능해 편했습니다.

차폭이 넓어서인지 암레스트도 무척 큽니다. 암레스트 안쪽에는 보냉 구역도 따로 존재합니다.

2단으로 열리는 조수석측 글로브박스. 왼쪽 위에 보이는 위아래 구분된 버튼을 눌러 오픈 가능합니다. 참고로 오프너 스위치와 시동버튼 위치가 대칭을 이루는 것을 봐선, 좌/우핸들 모델 병행생산을 위한 편의가 반영된 설계같기도 합니다.




밝은 톤의 가죽을 풍부하게 펴바르고 잘 어울리는 우드그레인으로 정갈하게 마무리된 근사한 실내. 버튼, 손잡이 등 조작요소들의 디자인도 다른 메이커들과 다른 개성있는 느낌으로 구성하여 레인지로버만의 개성이 잘 묻어납니다.

포근하고 널찍한 가죽시트는 열선/통풍, 마사지기능 등 고급세단에 들어가는 모든 기능을 담아냈습니다. SUV 특유의 높은 시야를 선호하는 분들껜 더없이 좋은 구성이죠

뒷자리 역시 호화로운 치장과 편의옵션, 그리고 SUV의 장점인 넓은 파노라믹 선루프를 활용해 시원한 개방감까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대궐같지 않다 할뿐 충분히 넓은 공간입니다만은 일반 레인지로버는 레그룸이 덩치에 비해 의외로 애매합니다. 레인지로버 롱휠베이스 모델이 추가되어 절찬리에 판매 중인 것도 역시 이 차를 뒷자리에서 즐기고 싶은 소비층이 꽤 많은 이유에서인 것 같습니다.

좌/우 독립형 후석 모니터, 앞자리 승객에게 기댈 것 없이 독립적으로 모두 조절 가능한 전용 공조 컨트롤러, 듀얼 시거잭, 다양한 미디어포트 등 의전용으로써도 훌륭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트 전동 리클라이닝도 가능하여 보다 편안한 자세로 크루징이 가능합니다.


리어 파워윈도는 터치버튼 조작을 통해 반대쪽도 한꺼번에 여닫을 수 있으며, 후측방경고 시그널램프도 적용되어 보다 안전한 하차를 돕습니다.

풍부한 음감을 자랑하는 832W 메르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LWB(롱휠베이스)에서는 1700W짜리로 업그레이드된다는데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




레인지로버 특유의 위아래 분리형으로 열리는 트렁크. 트렁크 플로어 아래엔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며, 별도의 3열 시트는 없으나 2열 시트 폴딩, 차고조절 등을 트렁크 버튼 조작으로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LWB도 사실 2열 편의성 강화에 의의를 둔 모델이라 3열시트 내지 대궐같은 트렁크를 원하는 분은 디스커버리를 사시는게 나을듯 합니다.


3. 성능/주행감각
V8 4.4리터 디젤 엔진의 모습. 최대출력 339ps@3,500rpm 최대토크 75.5kg.m@1,750~2,250rpm의 제원을 가집니다. 변속기는 라인업에 상관없이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휘발유 엔진은 500마력대의 V8 5.0리터 수퍼차저 엔진만 수입되어, 일상용으로 타기에 적절한 효율과 성능을 갖춘 것은 단연 SDV8 디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운전해본 디젤 승용차 중 가장 거대한 배기량과 기통수를 가진 차인데, 흔한 4기통 2리터대 디젤 승용차들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진동과 소음이 신기할 정도로 잘 억제되어 있습니다. 경쟁사를 봐도 V8 디젤 SUV가 흔치 않고 사실 타봤다고 할만한 호화로운 SUV가 많지 않아서 상대 비교가 어렵지만 정말 성능/주행감각 측면에서 흠잡을게 거의 없습니다. 정말 매끄럽고 조용히 가속되고, 진동은 내로라하는 대형세단 못지않게 잘 잡아줍니다. x60 이후의 고속까지도 원한다면 매끄럽게 속도를 올려주나, 포근한 승차감을 즐기며 100~110km/h 내외로 크루징할때가 정말 편하고 좋았습니다.
4세대 레인지로버의 특징은 SUV 최초로 올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로 설계되어 전세대 대비 최대 400kg 이상 가벼워졌다는 것. 여전히 공차중량 2.6톤을 넘는 무거운 몸집이지만 V8 디젤엔진으로 진동/소음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인연비도 복합 8.0km/L(시내 7.0, 고속 9.7) 수준으로 덩치를 감안하면 무난합니다. 비슷한 코스를 돌았을 때 이미 기름통이 반절 이하로 없어진 재규어 F-페이스 35t 휘발유 모델을 생각하면 실연비는 오히려 레인지로버 SDV8 쪽이 더 낫죠.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여 에어 서스펜션 차고 하향이 들어가면 램프를 돌아나가는 느낌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주로 오너드리븐 용도의 고급차를 찾는다면 대형 세단을 제치고 이 차를 사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왠만큼 흠잡을 데 없는 이 차에서 아쉬움이 하나 느껴진다면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 차선유지보조)의 부재. 차선을 넘어가면 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 차선이탈경고)의 진동/경고만 개입될 뿐입니다. 오토바이오그래피 등 윗급 트림 어딘가에서부턴가 옵션으로 붙는다는데, 1억 9천만원이 넘는 차에서 LKAS가 없는 것은 좀 많이 깨는 부분이죠. 다행히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기본 탑재되어 있어서 여유로운 크루징을 돕습니다.


4. 가격 대비 가치
이 차종은 레인지로버 SDV8 보그 SE 모델로, 국내 수입되는 레인지로버 중 가장 저렴한 기본모델입니다. 지금까지 쭉 보셨듯 내/외부 옵션사양은 대형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완비되어 있으면서, 기본가격은 1억 9106만원부터 시작합니다(보증 2년 연장 기본, 마이너스 옵션 -356만원 적용 가능). SDV8 디젤 LWB 오토바이오그래피가 2억 2천만원이 넘고, V8 5.0 수퍼차저 휘발유 고성능에 가장 비싼 모델은 3억 1천만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커스텀 페인트, 휠, 부가옵션 등을 더하면 값이 더 올라가죠. 페인트와 옵션에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제 장바구니에 담길 레인지로버는 2억원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의 대형 SUV가 필요하다면 벤츠 GLS, 아우디 Q7,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오히려 수천만원 이상 저렴한 선택지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아무리 가격이 비싸다 한들 그들과 단순히 가격 측면으로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이 있습니다. 레인지로버 뱃지를 공용하는 모델이 이보크, 벨라, 스포츠를 비롯해 네가지나 되는데, 나란히 비교해봐도 레인지로버는 레인지로버만의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2억원 언저리의 차들부터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이끌리는대로 소비하게 마련인데, 제가 부호라 하더라도 고급 SUV로써 레인지로버는 선택지 1순위에 있을 것 같습니다.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리넌같은 진짜 비싼 SUV에 비교해도 존재감이 떨어지지 않으며, 수많은 막내 SUV들과의 경계선이 모호한 독일 SUV들 대비해서는 존재감이 확실하니까요.












5. 총평
여러모로 세간에 A/S 이슈로 많이 알려진 차라서 사실 마음에 들지언정 구매 단계로 가면 망설여지는 것이 재규어랜드로버 차들입니다만, 레인지로버만큼은 그런 이슈를 다 떠나서 정말 갖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차입니다.
장점 : 효율과 성능 모두를 만족하는 V8 대배기량 디젤엔진, 대형세단을 대체 가능한 수준의 고급스러운 치장과 편의옵션, 쇼퍼드리븐카로도 훌륭한 상품성
단점 : LKAS의 부재, 옵션표 예습을 통해 조금 더 멋지게 꾸며야 할 기본사양의 2% 아쉬운 치장
본 후기 글은 재규어랜드로버 아주네트웍스 강서목동전시장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해당사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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