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M&C 웍스에서 열린 현대 팰리세이드 미디어데이를 다녀왔습니다. 근래의 LA모터쇼를 통해 주력 판매지역 미국에서도 처음 공개되었으나, 판매는 한국에서 먼저 이뤄집니다. 코드네임 LX2로 칭하는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에서 실로 오래간만에 등장하는 본격 대형 SUV입니다.

바깥엔 100여대가 넘는 팰리세이드 시승차가 이미 도열해 있었지만, 신차발표회인만큼 언베일링을 위해 가려진 팰리세이드의 사진부터 먼저 올려봅니다.
https://youtu.be/6UZS19TOTAk



팰리세이드의 디자인 PT를 진행한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팰리세이드의 전신 격 컨셉트인 HDC-2 그랜드마스터 컨셉트 PT 때에도 밝혔듯 마트로슈카 인형처럼 체급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똑같은 얼굴만 돌려쓰는 타사의 패밀리룩과 다르게, 현대차는 체스말처럼 각 모델별 개성을 살리는 "현대 룩"을 밀고 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실제로 팰리세이드를 "코나 대짜"라고 폄하하는 일부 안티 여론도 있던데, 코나, 싼타페, 팰리세이드를 나히 늘어놓고 보면 DRL의 점등 패턴, 그릴의 소재와 디자인, 위치 등 전체적으로 많이 차별화되어있기에 전혀 획일적인 느낌은 받지 못할 것입니다.

수출형과 내수형의 외형적 차이를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전면부 디자인을 보면 북미형은 수직으로 뻗어내려오는 DRL이 2단 분리형의 구성이고, 내수형은 2단 분리형에 약간 오돌뼈마냥 뭔가 조명이 하나 더 추가되는 구성이죠. 이는 DRL이 60mm 이상 벌어져선 안된다는 한국 법규 때문에 보강된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아래 DRL 사이에 매력점 하나 붙은듯한 한국내수형의 DRL 처리가 더 마음에 드는군요. 미국 사람들도 한국내수형처럼 흉내내고 싶어하는 분들 많을듯 싶은.. 게다가 LED 헤드램프의 전구 수도 국내형 쪽이 하나 더 많습니다.

미제 대형 SUV들을 연상케 하는 C필러와 3열 쿼터글라스의 디자인 처리. 휠하우스도 약간 각을 줘서 러기드한 느낌을 연출합니다.



테일은 알파벳 8문자나 되는 영문 PALISADE를 길게 늘어뜨려 와이드해보이는 느낌을 연출하고, 전면부 DRL과 마찬가지로 수직적 느낌이 강한 테일램프를 적용했습니다. 풀 LED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측에는 그냥 은색 플라스틱 장식이 아닌 은은하게 미등 조명이 기능하는 자리입니다.

수직적 디자인 테마를 강조한 외형과 달리 수평적이고 넓어보이는 느낌으로 고급스럽게 마무리한 실내의 모습. 나중에 실물 사진을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2리터 4기통 디젤엔진, 3.8리터 6기통 휘발유 엔진 두가지로 마련되었습니다. 일각에선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의 부재를 두고 왈가왈부가 많은데, 팰리세이드가 전륜구동 드라이브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차인 것을 감안하면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은 채택 가능성도 당위성도 지극히 낮습니다.


그 옛날 베라크루즈와 모하비가 나란히 팔릴 때에도 베라크루즈는 전륜구동 베이스라는 이유로 모하비 대비 토크를 10kg.m 가량 디튠해서 내놔야만 했죠. 제 옛날 글(http://avantgarde.egloos.com/3986419)을 참조하시면 모하비 3.0 디젤과 싼타페 3.3GDi의 뼈대를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모하비의 후륜구동용 미션 크기, 베라크루즈의 전륜구동용 미션 크기 자체가 허벅지와 주먹 차이 수준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구동계 특성상 다기통 대배기량 디젤엔진의 막대한 토크를 받아주기 위해선 미션의 무게와 크기도 커져야 하다보니 후륜구동 베이스 차종이어야만 탑재가 수월한데, 전륜구동 기반인 팰리세이드에선 어렵죠. 20세기 과거 일부 전륜구동 승용차에도 크고 무거운 다기통 엔진과 미션을 어떻게든 이리 꼬고 저리 꼬아서 우겨넣은 사례가 있긴 한데, 그 차들은 고급차를 지향한 경우 후륜구동으로 탈바꿈하여 살아남았다거나(현대 에쿠스),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 그냥 멸종되었다거나(GM대우 토스카 L6).. 입니다. 그리고 이미 R 2.2 디젤엔진이 옛날에 디튠해서 간신히 맞춘 베라크루즈 3.0 디젤 엔진과 크게 떨어질 것 없는 최대토크 제원을 내고 있는 현 시점에선 굳이 크고 무거운 3.0 디젤 엔진을 얹어서 얻을 NVH 만족도상의 감성적 이점보단 중량 증가로 인한 효율 하락과 CO2 배출량 증가 등 숫자로 나타나는 단점이 더 큽니다.
일부 반례라고 언급되는 전륜구동 디젤 6기통 승용차들.. 솔직히 말해 규제 여건이 훨씬 다른 옛날 사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발 최신 사례로 반론해보자고요. 열심히 나무위키 켜서 찾은 구형 르노 라구나 3.0 dCi라든가.. 에에 그런 차 후속모델들 지금 저어어어어언부 다 4기통 디젤로 회귀했거나(르노삼성 SM6/르노 탈리스만) 디젤엔진 라인업 자체가 없어졌을겁니다. 심지어 르노 라구나와 닛산/인피니티 차종 사이 관계를 보면 엔진은 같되 모하비/베라크루즈와 유사하게 구동계 특성을 감안한 출력 디튠도 있었죠. 그 옛날 르노 전륜 V6 디젤차와 같은 엔진을 공용한 후륜구동 베이스 같은집안 식구 차종(인피니티 M30d, FX30d 등)들은 르노 전륜차 대비 토크가 10kg.m 가량 더 높았습니다.








포토타임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해가 떨어지기 전 야외에서 대기 중이던 시승차들의 사진으로 익스테리어 컷을 준비해봤습니다. 출시 컬러가 의외로 5종밖에 되지 않는데, 저는 준비된 시승차 중에선 문라이트 클라우드(진청색)가 가장 취향이었습니다.





실내는 그랜저 뺨칠 정도의 매우 훌륭한 고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튼식 변속기를 기본 탑재하여 가운데 공간활용이 월등히 좋아졌고, 10.25인치 와이드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보기 시원하고 깔끔한 UI로 새로워졌습니다.



편리한 승차가 가능한 2열 2인 독립 통풍/열선시트는 4인 이하 가족이라면 반드시 넣으시라 권장드리는 옵션입니다. 이게 트림에 무관하게 29만원짜리 옵션이라는 점이 정말 믿기지 않네요. 뒷자리 손님 쾌적함을 위해 전용 오토에어컨은 물론이요, 1열시트 뒤쪽에 슬쩍 USB포트도 하나씩 빼뒀고, 컵홀더는 2열 도어 양쪽에만 각각 두개씩 달려있습니다. 참고로 팰리세이드 공간 전체를 통틀어 컵홀더만 12개나 됩니다.


3열은 그동안 나름 국산 대형 SUV를 자처하고 나온 그 어떤 국산 SUV보다도 가장 쾌적합니다. 어쩔 수 없이 미니밴보다는 플로어고가 높은지라 앉으면 허벅지가 더 꼿꼿이 세워지지만, 원터치 엔트리 버튼으로 인해 타고내리기가 아주 간편하며, 전용 송풍구와 컵홀더, USB포트 등 적어도 3열 승차자도 승차자답게 탈 수 있게끔 배려해두었습니다. 2열 승차자가 조금만 양보해준다면 키 182cm의 필자도 3열이 그리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글 맨 아래 영상을 통해 만나보시죠.




팰리세이드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트렁크에서 2,3열을 자유자재로 쉽게 펴고 내릴 수 있다는 점. 3열은 원터치 버튼으로 꺼트림과 펴올림이 모두 가능하며, 2열은 꺼트림만 가능합니다. 3열까지 세운 상태로도 골프백 2개가 충분히 들어가며,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는 소화기 거치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100대는 족히 넘어보이는 수많은 팰리세이드 시승차들의 행렬. 싼타페 TM 때와 비슷하게 빵빵한 예산의 위용이 느껴집니다. 차는 모두 2.2 디젤 풀 옵션 사양으로만 굴렸습니다.

처음 뵙는 일반 동호회 회원분과 동승하게 되어 정해진 코스를 번갈아 타보는 구성이기에 이 차에 대해 아직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추운 밤길 국도 운전을 통해 느낀 짧은 감상을 언급해보자면..
1. 2.2 디젤 7인승 AWD 기준으로 싼타페TM 대비 85kg 가량 무거우면서 엔진 페이퍼스펙은 동일하다보니 체감 가속성능의 차이가 조금 더 답답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4천만원대에 이 차만큼 크고 넓으면서 복합 공인연비도 11.5km/L대 뽑아주며 달리기 성능까지 후련한 디젤 SUV는 적어도 국내 판매되는 모든 차종 중에선 없을 겁니다. 컵홀더 12개나 달린 전장 5m에 가까운 큰 SUV 사실 분들이 어디서 드래그레이스 할 것도 아니고 덩치에 맞는 파워트레인이라 생각합니다.
2. 초기 리뷰를 보면 NVH에 대해 유독 말이 많은듯 하지만 그냥 제 생각엔 4기통 2리터대 디젤엔진 쓰는 SUV에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뿐, 특별히 하자라고 느껴질 정도의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실내가 워낙 그랜저 뺨치게 잘 나오다보니 NVH 감성품질도 그랜저 V6급이기를 바라서인지 유독 혹평이 많은듯한 느낌.. 팰리세이드의 경쟁모델로 볼만한 버짓브랜드 배지의 5천만원대 7~8인승 외제 SUV들(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 등)은 애시당초 휘발유 엔진으로만 출시됩니다. 그들과 비교하려면 팰리세이드 3.8 휘발유를 사든지(심지어 가격도 디젤보다 147만원 저렴), 아니면 어느정도 NVH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디젤 사든지 해야죠. 아무튼 직접 다양한 차들과 짧게라도 비교시승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3. 전체적인 라이드 앤 핸들링 느낌은 싼타페의 편안한 느낌과 비슷하되, 가족구성원이 많지 않고 큰 차를 부담스러워하는 필자 입장에서도 싼타페 살 돈에 몇백 더 보태서 넘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의 훌륭한 패키징을 갖춘 차입니다. 미니밴의 원조 주력시장인 미국조차도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등으로 대표되는 미니밴 시장이 많이 축소되어가는 분위기라는데, 이런 식으로 7~8인승 SUV들이 훌륭한 패키징으로 나온다면 미니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겠다는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국내 미니밴 시장의 대표주자인 기아 카니발의 국내 판매량도 아마 꽤 위협받을듯한 느낌.

굳이 시비 하나 걸자면 모든 것이 현대차그룹이 실현할 수 있는 최첨단 사양으로 준비된듯한 와중에 혼자서 약간 올드한 느낌을 풍기는 계기반. 요즘은 풀LCD 계기반도 버짓 브랜드 승용차들에서 많이들 쓰이고 있고, LA모터쇼에서 공개된 북미판매용 팰리세이드의 홍보영상에선 풀LCD 계기반의 모습도 보이는지라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다만 내수 팰리세이드도 사진에서 보다시피 방향지시등 연동 후측방 영상을 계기반 가운데에서 나름 큰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고, 북미 LA모터쇼에서 공개된 팰리세이드는 실제 발매 시점이 국내보단 많이 늦은 내년 여름이고, 프로토타입을 전시용으로 준비하는 과정상 아직 테스트가 완료되지 않은, 추후 탑재를 염두에 둔 사양들도 탑재한 채로 소개된 특수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국내든 북미든 테스트가 완료되는 시점상 연식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소개될 사양이라고 생각되는데, 제 개인적 생각으론 굳이 이거 하나때문에 구입을 보류해야만 하겠다 싶을 정도의 치명적인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안그래도 지난주 신차발표회 시점까지 사전계약이 2만대가 넘게 몰렸고, 지금 계약해도 내년 봄에 나온다는 와중에 말이죠.





현대차가 실로 오래간만에 각 잡고 제대로 만든 대형 SUV 팰리세이드. 솔직히 처음엔 7~8인승 SUV 제작 경험이 훨씬 깊은 포드, 혼다, GM 등의 경쟁모델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수준일까 우려도 있었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르다 못해 적어도 국내 판매 모델 가운데선 세그먼트의 기준점이 될만한 훌륭한 물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시승차처럼 2.2 디젤 사륜구동 풀 옵션을 갖추면 4,904만원. 셀 수 없이 많은 부가 신규사양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풀옵션 4천만원 중후반대 하던 옛날의 베라크루즈 대비 가격이 오히려 떨어진 편이고, 비슷한 사이즈의 수입 SUV들로 눈을 돌려봐도 가성비가 비교 불가할 수준으로 좋습니다. 나중에 여유있게 탈 수 있는 장기시승차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ADAS 기능과 2,3열 전용 사양들을 보다 자세히 다뤄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7OanhraB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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