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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방가르드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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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질, 우리나라만 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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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질이라 하면 위의 만화가 대표적인 예로 많이 통해왔습니다. 어찌나 옵션 정책에 치를 떠는 분들이 많으신지 옵션질이라는 말까지 탄생했지만, 사실 옵션을 두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싶겠고, 누군가는 밖에서 매립하고 싶을테고, 누구는 나의 차는 기본기가 출중하니까 VDC 필요 없으시다는 분도 있을테고, 경차를 사는 입장이라도 열선핸들과 열선시트를 원하시는 분도 있겠죠. 이런 서로 다른 수요를 충족해주기 위해 옵션을 둔다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입니다. 아닌 말로 상급 옵션은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는 깡통 옵션 단일 사양만 싸게 팔거나, 온갖 것을 다 묶은 풀옵션 단일 사양만 비싸게 팔거나 하면 전자가 됐든 후자가 됐든 소비자 효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후자같은 경우 거의 모든 수입차가 하고 있는데 아무 불만이 없고, 정작 벨로스터가 하니까 욕 먹고 있습..) 다만 "옵션질"이라 표현할 만한 일은 내가 원하는 옵션은 비싼 등급부터 올라가 있다든가, 모종의 패키지 옵션에 묶여 있어서 비싸게 사야 한다던가 등을 악질 옵션질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묘하게 위 만화에서 국내 1위 모 회사를 지목하고 있어서 까이고 있는 형편인데, 정말 옵션질은 우리나라 모 회사에서만 존재하는 악습일까요?


미국에서 팔리는 쉐보레 말리부의 가격표입니다. 보시다시피 기본형에서는 쳐다도 못보는 옵션들도 있고, 상위급으로 가도 내가 원하는 옵션은 다른 패키지와 묶여있으며, 그 패키지를 사려고 하는데 그걸 사려면 다른 2패키지도 같이 사야한다라는 등 모두가 싫어하는 옵션질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현대 수출형은 아예 갖가지 옵션을 한두종류의 패키지로만 묶어서 판매합니다. 옵션질만 놓고 보면 위의 "미국차"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더 낫지는 않습니다.


합리적인 독일의 사정은 어떨까요? 오토빌드 2011년 5월 게재된 자료를 가져와봤습니다.

* 토요타 프리우스에 레이더 차간거리 센서를 달고 싶은데요
- 3,300유로짜리 Equipment Line 패키지와 같이 선택해주세요 고갱님~ 그거랑 1,700유로짜리 가죽시트도 같이 택하셔야 하고요
- 그러니 다해서 5,000유로 되겠습니다♥

* 아우디 A4에 열선 시트를 달고 싶은데요
- 열선시트는 565유로 되겠습니다 고갱님~ 하지만 1,795유로짜리 가죽시트도 택하셔야 하고, 가죽시트를 택하셨으니 가죽 핸들 190유로, 가죽 센터 암레스트 190유로짜리도 같이 구매하셔야 합니다~
- 그러니 다해서 2,740유로 되겠습니다♥

* 다치아 더스터에 ESP를 달고 싶은데요
- ESP는 110 DCi 최상위 모델부터만 적용 가능하십니다 고갱님~ 가죽 핸들과 묶음 선택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 르노 메가느에 글라스 선루프를 달고 싶은데요
- 글라스 선루프는 900유로 되겠습니다 고갱님~ 하지만 가솔린 기본형에는 장착 안되셔요~


열렬한 자국차 지지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요?

토요타 아쿠아의 옵션표. 기본형 L에서는 고를 수 있는 옵션이 하나도 없고, 나머지 상위 그레이드는 옵션 선택권은 넓지만 대부분 2~4개씩 옵션을 묶어서 패키지로 구입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토요타 오리스의 가격표. 아쿠아같은 패키지 옵션 체제는 아닌데, 10가지에 달하는 트림으로 나뉘며, 트림별로 고를 수 있는 옵션의 제약도 여전합니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소형차에서부터 다 달아주는 사이드, 커튼에어백이 전 트림 옵션이네요

그럼 정녕 옵션을 비빔밥 고명처럼 하나하나 선택해서 올릴 수 있는 합리적인 자동차는 지상에 정말 없는 것인가?
당연히 있죠!



페라리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옵션만 하나하나 선택하여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옵션 값이 1억 6천만원을 넘어간다거나.. 아이팟 커넥터가 100만원이라거나.. 포르쉐는 조금 양반이지만 이쪽도 911 터보가 아닌 기본형 박스터를 뽑더라도 천만원 단위 옵션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도 아니죠


우리나라 BMW와 벤츠는 인디비주얼 옵션으로 개별적으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정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한참 아래인 그랜저 2.4에서도 전부 기본인 사양들이 옵션으로 빠져있다던가(히팅핸들 40만원, 후석 열선시트 60만원), 개별옵션 단품 가격 자체가 비싸다거나(BMW ASCC 245만원 ↔ 제네시스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180만원(ASCC, 오토브레이크, LDWS, 스마트하이빔, 진동핸들).. 물론 520d부터 고스트 클로징 도어같은 상급 옵션을 달 수 있다는 선택권 자체가 열린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출고하려면 6개월 이상이 걸린다거나, 멍청한 딜러를 만나면 옵션을 빼먹고 차를 가져온다거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인디비주얼 옵션을 마련하지 않는 수입차들은 보통 두 종류의 트림으로 심플하게 구성하고 옵션 선택권을 아예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는 쪽이 오히려 깔끔하다고(특이 색상을 택하지 않는 이상 출고 자체도 위 차들에 인디 옵션을 적용한 경우보다 빠릅니다) 더 칭찬을 받는 모양입니다만, 차라리 돈으로 빼주면 좋을 것 같은 허접한 내비게이션을 순정이랍시고 끼워팔거나, 2~3천만원대에서는 가죽시트, 통풍시트 구경을 도통 할 수 없도록 판매를 하는 수입차 쪽이야말로 옵션 선택권이 너무 제한적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옵션 정책은 조금 만드는 고급차와 대량생산하는 대중차가 서로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소위 고급차들은 생산량 자체는 많지 않기에(주변에 BMW니 벤츠가 많이 보이는 것 같지만서도 실제 글로벌 판매량을 보면 10위권에도 안 보이는 회사들) 깨알같은 개별 옵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의 대기기간을 납득할 수 있는 소비층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고, 팔아서 마진을 많이 남기는 고급차들을 만드니 여유도 있고요.

반면 싼 값에 많이 팔아야 하는 대중차 메이커에서는 모든 사양을 하나하나 개별 옵션화하기에 무리가 따릅니다. 유채색 실종이라는 우리나라지만 아반떼만 해도 금액 추가 없이 고를 수 있는 기본 8종의 컬러로 나오고 있으며, 자동변속기부터 시작해 통풍시트까지 수십 종류의 옵션을 고객 입맛따라 하나하나 골라서 생산하려면 전량 선주문 후생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출고 기간도 수개월 단위로 길어질 것이고, 그러면 소비자들은 빠른 출고기간의 다른 회사로 발길을 옮길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 수요를 생각해 차를 만들어뒀더니 마치 마의 삼각지대에 있는 옵션들의 조합이라 팔리질 않아서 재고차가 되면 처분하기도 골치아프겠고요. 때문에 그동안 소비자 선호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그레이드를 나누고, 그 안에서 또 옵션들을 조절합니다. 좋게 말하면 생산-판매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제조사 좋자고 소수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하는 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대중차 메이커들이 그러는걸요(아까 아우디는 뭐지?). 때문에 "사람들이 보통 이정도는 원하겠지?"하고 나온 중간급 그레이드는 빠르면 1주일도 안 되서 차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비인기 옵션이나 특이한 컬러를 택했더니 출고가 세 달 이상 걸리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소비자가 이런 가격정책을 "옵션질"이라 하면서 불만을 표하고, 실제로 판매량이 떨어진다면 그 부분에 대해 인기가 저조하거나 불필요한 사양을 뺀다거나, 분리한다거나 해서 개선해야겠고, 실제로도 개선을 합니다. 그럼 옵션질에 대응하는 소비자들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요?


1. 트림 그레이드를 낮춘다 : 경차나 영업용, 화물용을 제외하고는 국산차들도 대개 소형차부터 6에어백이나 VDC 정도의 기초안전장비는 기본장착을 해줍니다. (아 물론 ㅇㅅㅇㅆㄹ라고 안 그런 차도 있습니다) 그리고 NF, HD 시절과 달리 요새 차들은 대형 휠, 통풍시트, 열선 핸들, LED램프류 등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규 옵션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차값 올랐다고 욕먹을 각오까지 하면서도 이런 고가 옵션들을 마련하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 반영인만큼, 나는 그런 옵션 필요없다!라는 자세로 그냥 담백한 그레이드와 옵션을 택하는 방법도 괜찮겠습니다. 사실 풀옵션으로 빼놓고 후에 처분할 때까지 자기가 고른 옵션 작동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거나 심하면 본인이 뭘 골랐는지도 모르는 분들도 꽤 많습..

2. 애프터마켓을 이용한다 :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정도는 출고 후 외부 전문 업체에 작업을 의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다만 공장에서 조립하여 나온 내비게이션과, 바깥에서 한번 탈거하고 설치하는 내비게이션과의 품질 차이는 감수하셔야겠습니다. 또한 일부 애프터마켓 제품은 장착 후에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구입 전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안 산다 : 괜찮은 대안의 차가 있다면 이게 제일 좋겠지요. 메이커는 따끈따끈한 신차인데도 안 팔린다고 생각되면, 즉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바로 개선에 들어갑니다. 가격정책때문에 안 팔리는게 명백한데도 그냥 팔리거니 말거니 하면서 손 놓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만 (그랜저에는 2.4 기본형부터 있는 후석 암레스트 컨트롤러를 이 차에서는 3.0 최고급형 197만원 묶음 패키지로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 밑으로는 컵홀더만 쓰세요 고갱님) 8에어백도 최고급에만 달아주는 차별도 덤)


옵션을 두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준중형에서도 통풍시트같은 고급 사양이며 스포츠 키트같은 매니악한 옵션을 갖고싶다고 너도나도 외치던 5년 전을 저는 기억합니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사양을 굳이 묶음 옵션으로 묶어 팔거나, 비빔밥의 고추장과 같은 안전장비를 옵션으로 빼는 등의 악질 옵션질을 경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판매량 차이를 가지고 남의 회사 시기하고, 높은 점유율의 배경인 대다수 소비자들을 "차를 잘 모르는 호갱님"이라며 비하하기 좋아하는 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가격 정책이 어떤가부터 비교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특히 ㅇㅂㅇ ㅁㄹㅂ ㅇㅍㅇ 초성으로 써놓고보니 왠지 이모티콘같아서 귀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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