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 NX 사진 두 장입니다. 왼쪽이 미국시장용, 오른쪽이 그 외 기타 시장용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왼쪽의 미국시장용 NX는 스핀들 그릴 라인이 짧게 끊어지고 턱이 SUV들처럼 경사지게 만들어졌지만, 오른쪽의 기타 시장용 NX는 스핀들 그릴이 범퍼 아래까지 넓게 이어지며 일반 승용차들처럼 턱이 넓게 뻗어있습니다. 이 미묘한 디자인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다름아닌 미국 CAFE(Corporate Average Fuel Efficiency) 규정 때문입니다. CAFE는 미국 환경보호청(EPA)가 설정한 가중평균연비 기준에 미달하는 메이커에게 미달분에 비례하여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모든 자동차의 연비를 평균내는 것이 아니라, 승용차(Passenger car)와 경트럭(Light truck)이 기준이 따로 나뉘고, 경트럭 연비기준은 구조적으로 연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여 승용차 연비기준보다 훨씬 낮은데(연비가 좀 더 나빠도 된다는 소리), 렉서스가 이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여기서 경트럭이란 흔히 생각하는 화물트럭뿐만이 아니라 SUV까지 들어갑니다.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에 승차공간을 마련한 형태가 SUV의 시초였기에, 지금도 SUV를 크기에 상관없이 경트럭(Light truck)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전고만 높다고 몽땅 경트럭에 분류되는 것은 아니고, 접근각(앞바퀴가 땅에 닿는 지점과 차의 맨 앞부분까지의 각도)을 오프로더 수준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렉서스는 NX의 앞머리 턱을 미국시장용 한정으로 깎아내서, 보다 큰 접근각을 얻어낸 것입니다. 때문에 렉서스 NX는 오프로더라기보다는 사실 도심형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차임에도 불구하고 연비규정이 보다 너그러운 경트럭으로 분류받을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미국 토요타그룹(토요타, 렉서스, 사이언)의 CAFE 연비규정치 통과에 보다 수월해지게 된 것입니다. CAFE 규정과 상관없는 나머지 모든 나라는 스핀들 그릴이 넓은 승용 스타일의 범퍼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당장 미국 바로 옆 캐나다용 렉서스 NX만 봐도 범퍼가 미국용이랑 다릅니다.
이런 식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 생기면 어떻게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