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블로거 GT님께서 뽑은지 일주일도 안된 그랜저HG 디젤의 운전대를 내주셔서 저녁 시간동안 달려보았습니다. 이 차에 어울리지는 않는 길입니다만 나름 와인딩길도 달려보고 정체상황 고속도로 시내 언덕 등 다양한 여건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1. 외형


페이스리프트된 이후 구석구석 미묘하게 디테일이 더 입체적이고 화려해졌습니다. 다만 정말 미묘한 변화라서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보면 차주도 못알아 볼 정도?
2. 내장

비닐과 보호필름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처음에 흰색이 잔뜩 둘러진걸 보고 요새 그랜저가 희한한 소재를 쓰는건가 했습니다 ㅌㅌ
그랜저HG의 내장은 디자인이며 소재, 공간까지 모두 3천만원대 차로써 무엇하나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버튼이 너무 많고 난잡하게 배치되어있던 단점까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리디자인되어버렸습니다. 단점이라 하긴 그렇고 특이했던 점이라면 에어컨이 설정온도보다 지나치게 더 차가운 바람을 불어내는 것 같다는 점? 저는 25도 설정된 에어컨에서 이렇게 찬바람이 나오는 차는 처음봤습니다. 나름 더운 날씨였는데도 28도를 놓고 다녔을 정도니..;
3. 소음/진동

부피가 너무 커서 못들어간다느니 하는 도시전설의 주인공 2.2리터 R 디젤엔진!
202마력, 45kg.m토크 성능 제원을 가지는데, 힘에 부치는 느낌 없이 여유로운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202마력, 45kg.m토크 성능 제원을 가지는데, 힘에 부치는 느낌 없이 여유로운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차를 처음 조우했는데, 바깥에선 역시나 갈갈대는 거친 소음이 디젤엔진 차라는 존재감을 역력히 발산합니다. 덕분에 좁은 골목에서 경적을 울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잘 비켜준다는 의외의 장점이 있.. =3=3=3 다만 내부 방음은 칭찬해줄만할 정도로 잘 되어 있습니다. 정차 상태, 70~100km/h 정도의 크루징 등의 상황 등 2,500rpm 미만 영역에서는 이 차가 디젤엔진이었다는 것을 잊을 정도입니다. 물론 제로에서 40~50km/h까지 가속시킬 때는 아무리 얌전히 밟아도 어느 정도 소음이 발생하기는 하나, 노후화된 가솔린차 수준 정도?로 봐줄만한 정도입니다. 진짜 봐줄만하지 못한 소음은 가파른 언덕길에서라든가 순간적인 급가속 등 고rpm영역을 쓸 때 발생합니다. 일시적으로 대화가 끊길 정도로 우렁차고 듣기싫은 디젤엔진소리가 유입됩니다. 이건 벤츠 E220CDI에서도 느꼈듯 대배기량 디젤 고급차가 아닌 이상 여느 디젤 승용차든 똑같이 공유하는 한계니까 어쩔 수 없겠죠. 다행히 진동만큼은 어느 영역에서든 잘 억제했다는 느낌입니다. 핸들이나 기어봉 등을 잡을 때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적어도 진동 문제 때문에 고민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소음이 크게 날 수밖에 없는 일부 영역대를 제외하면 소음/진동 관련해서는 6000~7000만원대 외산 4기통 승용 디젤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4. 주행감각
나긋나긋함, 부드러움, 즉 어르신 취향을 철저히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그저 출렁출렁대고 운전재미 없는 차로 각인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을 옳고 그름으로 이분할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차와 내 마음에 안 드는 차의 차이겠죠. 핸들의 조향감은 전체적으로 가볍고 정교함이 부족해서 호기로운 짓(...)은 본능적으로 억제되긴 하는데, 고속 직진 주행간에 특별히 불안감까지는 느껴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랜저 디젤을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지난번에 몰아봤던 LF쏘나타의 탄탄하면서도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는 하체, 훨씬 정교해진 조향감각이 떠오르며 확연히 비교가 되더군요. 브랜드가치에선 그랜저가 압도적이긴 하겠습니다만 제가 둘 중에 고른다면 돈을 더 아끼면서 LF쏘나타를 고를 것 같습니다.
5. 연비
공인연비가 복합 14.0km/ℓ(도심:12.0km/ℓ, 고속도로:17.5km/ℓ) 이랬는데, 에어컨이랑 통풍시트 모두 켜고 산길 40%, 시내구간 30%, 고속국도 30% 정도 비중으로 주행한 결과 트립상 누적연비는 12,8km/ℓ를 찍었습니다. GT님이
6. 가격 대비 가치

제가 탔던 차는 2.2 디젤 기본형에 내비팩1, 드라이버팩을 적용한 3,432만원 상당의 차량이었습니다. LDWS(차선이탈경보), AVM(어라운드뷰), BSD(사각지대경보) 등의 고급 편의안전장비는 없지만, 다른 옵션이 딱히 더 아쉬워지지도 않을 정도로 풍성한 구성입니다. 그래도 시큰둥하신다면 3,500만원 미만에서 이만한 옵션과 공간을 가진 국산, 수입차를 떠올려봅시다. 말리부 디젤이나 SM5 디젤을 봐도 전자는 쩌는 옵션질(내비게이션이 253만원짜리 묶음 옵션 ㅎㄷㄷ) 때문에 값이 그랜저와 별 차이가 없어질 정도로 너무 비싸지고, 후자는 옵션질 걱정이 없는 대신
7. 총평


디젤의 추가로 인해 그랜저는 4기통 가솔린, 6기통 가솔린, 4기통 디젤, 6기통 LPG, 4기통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이르는, 승용 라인업 중에서 가장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차가 되었습니다. 편의사양, 공간은 원래부터 국산 동급 최고 수준이었고 소음, 진동의 차단도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만, 연비 면에서 독일 승용 디젤에 못 미치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역시 단순히 마력과 기어 단수, 중량 수치가 어떻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영역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구석구석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효율 상실을 최소화하고, 공기역학적으로도 유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등,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밸런스 달성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웹상에서 유러피안 감각에 대한 선호가 높다한들, 국내 시장에서의 그랜저의 높은 판매량을 보면 어르신 입맛이라는 것도 메이커 입장에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취향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그랜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늘 이렇게 정교함,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먼 소파같은 성격을 고수할테죠. 그렇기에 그랜저는 제가 운전할 용도라면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부모님께는 권해드릴만한 차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랜저 중에서도 디젤을 골라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자신의 운전습관과 주행거리, 주행패턴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랜저 디젤이 첫 출시된 7월 한달간 그랜저 판매량 중 디젤의 점유율이 31.1%(2800여대/8982대)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라인업에서 디젤 엔진을 볼 수 있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200만원 차이가 보전이 될지 안될지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될 만큼 연비도 우수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