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요일 2018 선덕원 콩쿠르 델레강스 자선 카쇼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선덕원이라는 보육원 청소년들을 후원하는 취지의 소셜 클럽인데, 다녀온 사람들이 일부 웹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한국에 있을 것이라 상상도 안되는 희귀차들이 꽤 많아 흥미로웠는데, 워낙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행사다보니 언제 하는지도 모르고 해서 맛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몇주전 지인 초청으로 참가 기회를 얻었습니다. 기본 참가비만 벌써 10만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지만, 용인 AMG 스피드웨이 주행 체험 프로그램을 겸하고 있기도 하고 좋은 곳에 돈 쓴다 생각하고 참석을 결정했습니다.



서울에 좀 잘나가는 거리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이런 차라든지


고갯길에서 현역인 이런 차들보다 훨씬 귀한 차들을 볼 수 있죠.





유독 숫자가 많았던 포르쉐들. 세대별로 다양한 바디타입과 희귀한 스페셜 에디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포르쉐 911(964) 스피드스터. 포르쉐 356 시절부터 있던 스피드스터 차종은 일반 컨버터블보다 훨씬 낮은 전면 윈드실드로 개방감과 멋을 더한 버전입니다. 위의 964 이전 911 스피드스터도 최근 들어 간간히 한정판으로 나온 스피드스터도 그렇듯 탑 커버가 더블 버블 타입으로 디자인된 점이 특징입니다. 실내를 보면 모든 악센트가 바디컬러인 빨간색으로 깔맞춤을 하고 있고, 경량화 차원이라고 도어패널의 많은 부분이 생략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신예 코드네임 991의 911도 포르쉐 창사 70주년을 맞아 스피드스터 차종을 개발하여 내년 초 한정판매한다고 합니다.



70년대 연식 코드네임 930의 911 기반 RUF 튜닝카. 독일의 RUF는 일반적인 튜너 범주를 넘어서 완성차 메이커로 인정받는 존재인데요, 포르쉐의 섀시만 가져다가 자신의 방법으로 더 고성능의 스포츠카를 재창조합니다. 세계 최초로 최고시속 211mph(337.6km/h) 기록을 경신한 1987년식 CTR을 비롯해 기념비적인 차들도 다수죠. 물론 주문에 따라 라이트한 튜닝도 의뢰받는 관계로 이 차도 얼마나 손을 봤을지 알 수 없지만, RUF 뱃지가 붙은 올드 포르쉐가 한국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신기하네요.




포르쉐 911(930) 슬랜트노즈. 예나 지금이나 911의 상징은 개구리처럼 부릅뜬 원형 헤드램프 한 쌍이지만, 70년대 말 연식부터 935 레이스카를 흉내낸 날카로운 노즈로의 개조가 유행하였고, 포르쉐도 이러한 수요를 감안하여 슬랜트노즈(또는 플랫노즈)라는 옵션을 마련하였습니다. 팝업 헤드램프 타입으로 전면을 쐐기형으로 만들 수 있어 상당히 이색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몀, 에어로다이내믹스 측면에서도 기존의 수직으로 세운듯한 고정형 헤드램프 차종 대비 유리했습니다. 원래는 유럽 전용 옵션이었으나, 사진의 북미전용 5마일 범퍼가 달린 이 차종처럼 다른 지역용으로도 적용이 확대되었습니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버전의 포르쉐 911들도 분명 멋진 존재들이지만, 단연 이날 행사를 빛낸 최고의 포르쉐가 따로 있었으니..








바로 포르쉐 959입니다. 원래 그룹B WRC 랠리카로 개발되었다가 해당 클래스의 폐지로 인해 파리-다카르 랠리, 르망24시 내구레이스에 대체 출전했고, FIA 호몰로게이션 규정 충족을 위해 로드카로도 발매되었습니다. 수평대향 6기통 2.8리터 엔진에 트윈터보를 올려 최대출력 450ps, 최고시속은 당대 로드카 최고기록 경신에 빛나는 317km/h를 냈습니다. 전/후륜 구동력을 가변 배분하는 사륜구동, 알루미늄-케블러 합금 바디패널, TPMS, 센터락 마그네슘 휠, 가변 차고조절식 서스펜션 등 30년 전 당대엔 상상도 못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었습니다. 20세기 말 수퍼카 전쟁의 주인공이기도 한 959는 빌 게이츠의 소장차로도 유명하며, 300여대 수준으로 지극히 소량 생산되어 국내에 3대 남짓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자리에서 직접 실물을 보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완벽한 복원 상태의 벤츠 190E 2.5-16. 현행 C클래스의 전신이자 벤츠가 최초로 시도한 컴팩트 럭셔리 세단 190E의 고성능 버전입니다. 이름이 길고 겉보기엔 평범해보여서 그렇지 당대 80년대 말~90년대 초 BMW M3(E30)와 경쟁하던 모델입니다. 오늘날 메르세데스-AMG C63의 선조 격 되겠군요.





벤츠 SLR 맥라렌. 50년대의 전설적 레이스카 300SLR에 대한 오마주로 이름을 따오고, 맥라렌과 공동개발한 스포츠카입니다. 중량급 럭셔리 GT를 지향하는 벤츠와 경량의 퓨어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맥라렌과의 가치관 차이로 개발과정상 수많은 난항이 있었고, 벤츠 입김이 더 많이 반영되어 나온 SLR 맥라렌은 당대 수퍼카들 대비 멋들어지게 올라가는 도어와 디자인 외에는 비교우위 요소가 많지 않았습니다. 벤츠는 야심차게 3,500대 한정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조기 완판을 자신했으나, 2003년부터 2010년까지 2,157대 남짓을 간신히 생산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씁쓸한 개발 비화를 가진 차지만, 나온지 15년이 넘은 오늘날 봐도 멋진 차라는 점엔 변함이 없습니다.




벤츠 SLR 스털링 모스. SLR 맥라렌은 로드스터, 722에디션 등의 파생형을 낳았는데, 가장 극적으로 변화된 차가 바로 이 스털링 모스입니다. 50년대 전설의 레이서인 스털링 모스 경의 이름을 딴 이 차는 당대 그가 탔던 300SLR 레이스카를 모티프로 디자인을 대폭 손보았습니다. 생략된 윈드실드와 커버 개폐 가능한 캐빈 공간, 뒷쪽 롤바만 튀어나온 극단적이고 숨막히는 50년대의 재해석 디자인은 한국인 윤일헌 디자이너의 솜씨입니다(현재 현대차그룹에서 제네시스 디자인팀장 재직 중). SLR 맥라렌의 기보유 오너들을 대상으로 75대만 한정판매했기에 무척 희귀한 존재이고, SLR 맥라렌 자체가 한국에 정식수입된 적이 없기에 한국 땅에서 이 차를 본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벤츠 SLS AMG. 앞서의 SLR 맥라렌의 후속 격으로, 맥라렌과의 협업 실패 경험을 딛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든 스포츠카입니다. 50년대의 명차 300SL 걸윙쿠페의 디자인과 특유의 도어를 그대로 계승했으며, SLR 맥라렌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해 훨씬 빨리 판매목표치를 달성했습니다. 전시차는 로드스터형으로, 구조상 걸윙도어가 아닌 일반 도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벤츠 S클래스 쿠페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AMG S65 쿠페도 두대나 출품되었습니다. 국내 정식 수입중인 것은 V8 트윈터보 엔진의 AMG S63까지뿐인데, V12 트윈터보 엔진의 S65의 경우는 따로 그레이 임포트 경로로 들어왔겠죠. 스포크 개수를 세기도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만소리 휠, 47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쓴 옵션 풀 LED 헤드램프가 참 영롱합니다.

벤츠는 스피드웨이 서킷과의 협력관계주체이기도 하고, 이번 선덕원 콩쿠르 델레강스의 후원사로 나서서 여러가지 신차들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페이스리프트로 새로워진 AMG S63 쿠페와 컨버터블도 무척 멋지고





컴팩트 고성능 SUV의 끝판왕을 자신하려는 AMG GLC63 SUV/쿠페도 멋지지지만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의 실물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국내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차로, AMG 스피드웨이 미디어 행사에서만 간간히 등장했던 차인지라 이런 공개 행사에서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AMG GT 4도어 쿠페는 기존 AMG GT 2도어 쿠페의 윗 라인업이라고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CLS 플랫폼을 응용했으며, 43, 53, 63, 63S의 라인업으로 나뉩니다. 이 차 때문에 3세대 신형 CLS는 AMG 63 버전이 나오지 않게 되었죠. 포르쉐 파나메라를 의식한듯한 패스트백 스타일의 육중한 몸집에, 아직은 적응하기 어려운 벤츠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입혔습니다. 그래도 앞/뒤 프레임리스 도어에 E클래스를 압도하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확실히 선망을 갖게 만듭니다. AMG E63보다는 확실히 비쌀텐데, 그래도 일반형 모델 없이 AMG형으로만 나올 GT 4도어 쿠페는 희소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 환영받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아우디 고성능 왜건의 시작을 알린 RS2(파란색)과 RS4(검은색). RS2는 포르쉐와 공동개발되어 보닛 로고에 대놓고 포르쉐 영문 레터가 같이 적용되었으며,1.6톤의 왜건임에도 불구하고 0-100km/h 4.8초, 최고시속 262km/h의 맹렬한 성능을 냈습니다. 이 차의 성공을 계기로 오늘날의 RS 라인업이 정착하게 되었으며, 한국에 정식 수입된 적이 없고 고성능 수동변속기 왜건이라는 극 소수취향의 장르인지라 이런 자리 외엔 정말 보기 힘든 차죠.
독일차만 올려도 사진이 아직 많이 남아서 나머지는 2부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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