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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방가르드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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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현대 제네시스 쿠페 3.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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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타보았습니다. 젠쿱이 한창 현역일 때는 정작 학생 시절이라 타볼 기회가 없었던게 마냥 아쉬울 따름이었죠. 단종된 차종이라서 이젠 신차 상태로 시승해볼 수 없는 차지만, 오랜 지인이신 네이버 블로거 GT님이 최근에 구매하신 중고 젠쿱이 주말간 놀게 되어 차키를 잠깐 빌렸습니다. 젠쿱은 신쿱 2.0터보 사양으로 인제서킷 조수석도 몇번 얻어타봤는데, 제 스스로 운전대를 각 잡고 원하는대로 몰아보기는 처음인 것 같군요. 다만 이전 차주께서 냈던 마이너한 사고 이력도 있고, 순정 브릿지스톤 섬머 하이그립 타이어 대신 중저가 타이어가 매칭되어 있는 컨디션을 감안해 평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6만km를 살짝 넘긴 2014년식 중고 제네시스 쿠페 F/L 순정이며, 3.8 최상위 등급에 블루시프트 색상.



1. 외형
제네시스 쿠페는 페이스리프트 이전,이후 변화의 폭이 커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구쿱-신쿱이라는 별명으로 나뉩니다. 솔직히 외형 디자인적으로는 신쿱보다 구쿱 쪽이 취향입니다. 특히 전면이 그러한데, 아반떼MD 시절 플루이딕 스컬프처 1세대의 디자인 기조를 억지로 접목하려다가 너무 복잡스러워진 느낌. 보닛의 검정 부분은 에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막혀있는 장식입니다.


후면은 테일램프 점등패턴 변화 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구쿱과 달리 LED가 적용되어 요란하게 나오던 출처모를 애프터마켓 LED 테일램프들의 씨를 말렸죠.


치켜올라가듯한 캐릭터라인이 두드러지는 측면은 젠쿱 디자인의 정수를 찍는 부분입니다. 2열 쿼터글라스가 1열 윈도보다 살짝 낮게 내려가며 소위 "숟가락 라인"을 그린다고 하는데, 젠쿱의 헤드램프를 연상시키게끔 디자인했다고 생각하면 뭐 이해가 아주 안 가지는 않는 디자인입니다.


젠쿱은 페이스리프트 이전이나 이후나 늘 순정휠만큼은 기가막히게 뽑았죠 표면이 다크 스퍼터링 처리된 19인치 퍼포먼스 패키지 옵션용 휠 역시 매우 매력적.



2. 인테리어
젠쿱을 무려 10년 전 처음 현대차 쇼룸에서 봤을 때만 해도 이름만 제네시스지 실내가 참 부실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페이스리프트 이후에서야 그나마 봐줄만하게 변했다고 할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헤어라인을 입힌 다크그레이 내장재는 은색 플라스틱이 도배된 구쿱의 것 대비 훨씬 시각/촉각적 질감이 우수해졌습니다. 스포츠 주행중에 내려다보기에 위치가 참 애매하지만, 가속, 토크, 유온 게이지 역시 스포츠카로서의 분위기 자극에 일조합니다. 다만 10년대 초반 현대차들이 그랬듯, 버튼을 요란한 디자인으로 이곳저곳 던져놓고 조작편의성은 나몰라라 한듯한 분위기 때문에 주행중에 쓰기에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1세대 i30(FD)가 생각나는 투박한 원형 핸들. 요새야 에어백 커버를 작게 해서 예쁘게 뽑는다지만, 이 차가 2014년식이긴 해도 젠쿱이 2008년에 처음 나온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겠죠. 중량급 대배기량 후륜구동 쿠페에게 필수요소라고 생각했던 크루즈컨트롤은 희한하게 없지만, 패들시프트는 다행히 달려있습니다.


YF쏘나타 시절이 생각나는 계기반. 트립 정보창도 참 작고, 테두리가 희한하게 옆으로 깎인 원통마냥 돌출되어 있어서 조수석에선 속도계 확인이 어려운 점이 특징. ECO 등이 항상 켜져 있긴 한데, 예전 현대차들처럼 악셀 개도량과 RPM 사용 등에 따라 초록색(경제운전)-흰색(보통)-빨강(과속)으로 바뀌며 주행 패턴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암레스트 안쪽에 스마트키를 꼽아넣는 자리가 있는 것도 역시 이 차의 세월을 짐작케 합니다. 제네시스BH 시절에나 있었고, 요새 스마트키형 차들은 이런 구멍 따로 안 만들죠. 뭐 여기에 굳이 밀어넣지 않더라도 스마트키 지참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시동이 걸리긴 합니다.


마감 상태가 뭔가 내장재끼리 따로 노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순정인 내비게이션. 명색이 제네시스라고 블루링크까지 붙는 당시 시대의 나름 첨단의 물건도 옵션으로 존재했습니다. 다만 감압식 터치라서 멀티터치같은 것도 안되고 힘을 주어 꾹꾹 눌러줘야 하며, 경로검색 로직은 나쁘지 않으나 교통상황 변동에 따른 재탐색 딜레이가 꽤나 깁니다. USB 케이블을 경유한 아이폰 커넥티비티도 정상 작동합니다.


제네시스 쿠페 로고와 빨간색 스티칭이 박힌 전동 버킷시트는 스포츠카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몸을 제법 잡아줍니다. 다만 이지억세스 엔트리나 사이드 볼스터 전동조절 등의 기능이 빠져있고, 시트고가 생각보다 높았던 점은 아쉽습니다.


프레임리스 타입 도어는 쿠페답게 매우 깁니다. 차간거리가 좁은 곳에 주차하면 타고내리기 곤혹스러울 정도.


더욱 곤혹스러운건 뒷자리 공간. 쉐보레 카마로보다는 레그룸이 버틸 만큼은 확보되지만, 헤드룸이 좁아서 키 181cm의 필자가 앉기엔 도무지 자세가 안나옵니다.


트렁크는 플로어가 높아서 부피가 많이 확보되는 편은 아니지만, 2열 시트 폴딩이 되어 작은 자전거까지도 도전 가능해볼만한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전륜 던롭 뷰로 225/40R19, 후륜 한국타이어 노블1 245/40R19 사양으로 꽂힌 금번 차량은 사실 순정 브릿지스톤 RE050A 섬머타이어 대비 그립이 많이 떨어지는 조합이라서, 페이스를 조금 많이 낮추어 주행했습니다. 게다가 덩치 큰 차로 오래간만에 밟아보려니 운전이 영 어색하기도 했고요.


제네시스 쿠페는 페이스리프트 이전/이후의 성능 향상폭이 꽤나 큽니다. 3.8의 경우 GDI를 올리며 출력이 303마력에서 350마력(고급유기준)으로 올라가, 0-100km/h 가속 5초 후반대의 몇안되는 빠른 국산차로 진입했습니다. 일반유 상태라 조금 출력 손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팅어/G70 3.3T 이래 오래간만에 맛보는 300마력대 후륜구동의 가속력은 실로 시원시원했습니다. 변속기는 구쿱 시절 ZF제 6단 자동변속기 대신 파워텍제 8단 자동변속기로 바뀌었는데, 고속 정속 크루징 시 보다 RPM을 낮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차종 성격상 순정 상태로 남아있는 중고차 찾기가 더 어려운 차종임에도 다행히 순정 흡/배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벨로스터에도 올라간다는 버추얼 사운드 제너레이터같은 것 없이 날것의 느낌으로 올려보내는 V6 람다 N/A엔진의 사운드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터프한 울부짖음으로 흥분을 자극합니다.


제가 젠쿱을 자동차 경험이 적었던 20대 초중반 시절 타봤으면 마냥 대단하다고 감탄했겠지만, 스팅어/G70과 같은 최신 현대차그룹 후륜기반 고성능차들을 타보고나서 젠쿱을 만나니 아쉬운 부분들이 꽤 많이 느껴집니다.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저속에서도 뻑뻑하기 그지없어 주차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차 자체도 커서 신경이 곤두서는데 핸들까지 무겁고 뻑뻑하니 주차 한번 하면 팔운동 한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죠. HPS라고 해서 최신예 성숙한 세팅의 현대기아 MDPS 차들 대비 조향 피드백이 좋다고도 못하겠고, 요철을 만나면 세월이 야속해서인지 차가 원래 이런건지 원인모를 잡소리가 시끄럽게 올라오고, 8단 AT는 스팅어/G70의 것 대비 반박자 느린 느낌. 그리고 너무 딱딱한 서스펜션은 x50 이상 고속 요철에서 접지를 순간적으로 놓치는 경우가 있어, 요철이 많은 공도에선 확실히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포르쉐 911 GT3 자유로 고속 전복사고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마냥 단단한건 트랙 전용이면 몰라도 노면의 요철을 예측할 수 없는 공도에선 불리한 점도 있죠.



4. 연비
이번엔 풀투풀 테스트까지는 못해보고 트립평균연비만 관찰해봤습니다. 고갯길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왕복해 185km 정도동안 유류계는 절반 가량 떨어지고, 트립평균연비는 7.3km/L에 그쳤습니다. 이후에도 고속도로 정속주행을 통해 보통의 실연비를 보고자 했지만, 막히는 구간이나 시내만 만나면 여지없이 떨어지는 터에 연비는 늘 한자리수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죠. 배기량이 높을 수록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여느 차나 어쩔 수 없지만, 두자리수 평균연비를 내기 거의 불가능한 차를 일상용으로 유지하기엔 상당히 큰 부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가격 대비 가치
2014년은 젠쿱의 거의 끝물이라서 트림레벨이 많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3.8은 단일트림이었고, 썬루프, 퍼포먼스패키지, 블루링크를 옵션으로 뺀 것 외에 왠만한 사양이 다 들어가 있던 상태. 위 차종은 썬루프만 빠진 풀 옵션으로, 3,843만원 상당이었습니다. 요즘 한국 시장에서 이 값에 살 수 있는 300마력대 고성능 후륜구동형 신차는 아마 단 한 대도 없을 겁니다. 스팅어 3.3 기본형 AT도 4,460만원이고, 동출력대의 유럽차로 눈을 돌리면 스팅어의 최소 두배 넘는 값을 부릅니다. 물론 중고감가가 많이 떨어진 요즘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이 차를 구입하기에 조금 망설여지는 미성숙한 구석이 많고, 떨어지는 연비와 더불어 결정적인 단점은 살인적으로 비싼 보험료. 보통의 승용 세단 파생 고성능차들은 세단으로 분류되어 보험료가 저렴한 경우가 많은데, 젠쿱은 짤없이 스포츠카라서 매우 비쌉니다. 이 차의 반값도 안하는, 연식 더 오래된 구쿱 중고를 사려던 생각을 잠깐 했다가 포기한 것도 보험료가 결정적 원인이었죠.



6. 총평
2014년 이후의 3.8 사양에, 6만km 내외 주행거리 기준으로 2천만원대 초중반의 가격을 형성 중인 후기형 중고 젠쿱은 가격대비 출력이 최상위 수준에, 고속도로를 후련하게 내달리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춘 차입니다. 다만 제네시스 G70이나 기아 스팅어같은 현대기아 후륜기반 고성능 최신 차종을 경험해보고 젠쿱을 다시 만나보니, 젠쿱은 고갯길보다는 고속도로가 어울릴 만한 육중한 몸집과 넉넉한 출력에도 불구하고 공도 주행간 승차감은 견디기 어렵고 고급감도 다소 떨어지는, 뭔가 이도저도 아닌듯한 느낌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도를 편하게 달리기에 충분히 나긋한 승차감과, 고갯길에서 거칠게 몰아붙여도 찌그덕거림 없이 탄탄하고 절도있는 느낌을 모두 선사하는 G70/스팅어랑 비교하면 젠쿱은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듯한 느낌. 나쁘게 말하면 젠쿱을 처음 내놓았던 시절의 현대차 역량이 아직 부족했다는 것이고, 좋게 말하자면 젠쿱을 내놓고 9년만에 걸출한 3시리즈 파이터를 만들 정도로 이 회사의 발전 속도가 실로 대단함을 느낍니다.


젠쿱이 처음 나왔을 때를 거슬러 찾아보니 2008년으로, 무려 10년 전입니다. 면허 딴지 얼마 안된 풋풋한 대학생은 "인생은 짧다"라는 광고카피의 젠쿱 광고에 매료되어 언젠가 저 차를 사고 말리라는 다짐을 품어왔는데, 열심히 달려온 동안 자동차에 대한 저의 가치관과 눈높이도 달라졌고 젠쿱은 아예 단종되어버렸다는 슬픈 사실.. 그래도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자동차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차임에는 분명하며,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장점 : 이 값에 다시는 살 수 없을 고출력 후륜구동의 구성, 차고 넘치게 많은 기본사양, 취향대로 튜닝하기 좋은 풍부한 애프터마켓 용품 지속 공급
단점 : 나쁜 연비와 불리한 보험료 등으로 인해 높은 유지비, 그랜드투어러와 고갯길용 어디에도 어울리기 애매한 육중한 몸집과 하드한 승차감의 부조화

본 후기 글은 순수하게 개인의 흥미로 작성한 글이며, 운행간에 발생한 모든 비용은 자비부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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