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아방가르드의 스튜디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1240

왜건+SUV+세단 = 멸망? 크로스오버 왜건 잔혹사

$
0
0

토요타가 벤자(Venza)의 단종을 결정했습니다. 전세대 캠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벤자는 SUV, 미니밴, 왜건의 성격을 섞은 신개념 크로스오버 왜건을 자처했습니다. 3열시트 옵션도 있어 다인승으로 쓸 수 있는 벤자는 시에나같은 미니밴보다 사커맘 차 느낌이 덜하면서, 캠리 왜건이 단종된지도 오래되었기에 새로운 틈새를 공략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토요타 북미법인도 연 75,000대~10만대 가량의 판매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신차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좋았던 2009년(51,410대)을 끝으로 판매량은 계속 감퇴하였습니다. 2012년 하반기의 페이스리프트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연 7~9천대 가량씩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2014년 누적 판매량은 29,991대에 그쳤으며 2015년 첫달 판매량은 2천대를 간신히 넘는 수준입니다. 토요타 북미법인 대변인 샘 부토는 인터뷰를 통해 2015년 3월부로 벤자의 단종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벤자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었으며, 3열 시트를 갖춘 SUV 하이랜더의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 합니다.


벤자와 비슷한 성격의 차로 혼다 크로스투어가 있는데 이 역시 단종이 기정 사실시되고 있습니다. 혼다 북미법인으로부터의 공식 단종 발표는 없었지만 현지 혼다 딜러들은 이미 기존 재고차만 판매 중이며, 단종 모델로 간주하고 있습니다.(자료) 전세대 어코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2009년에 출시된 어코드 크로스투어는 단종된지 오래된 어코드 왜건의 후속을 겸하면서 컴팩트 SUV CR-V와 대형 SUV 파일럿 사이의 갭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 시장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신차효과가 가장 컸던 2010년 판매량(28,851대) 이후로 2014년엔 1만대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코드 파생모델일 뿐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이라 판단했던 혼다 북미법인은 2012년에 이름을 어코드 크로스투어에서 크로스투어로 변경하고 페이스리프트와 더불어 4기통 저가형 모델도 투입했으나 판매량 반등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 단종시킨다면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라도 생산을 이어나갈 수 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반응도 그리 좋지 못해보입니다.


똑같은 쿠페형 SUV라 해도 어큐라 ZDX는 패망하여 단종되고 BMW X6은 승승장구하여 2세대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토요타와 혼다의 실패는 유럽 고급브랜드 대비 브랜드파워가 부족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BMW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5시리즈 세단과 판매량이 같이 집계되어 최근 판매 추이는 찾기 어렵지만, 5시리즈 GT도 북미 시장에서 목표 판매치의 1/4 정도만 판매되어 모델 믹스 전략 실패를 인증하게 되었습니다. "5시리즈 GT"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7시리즈의 샤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넓고 안락한 성향의 5시리즈 GT는 미국 시장에 5시리즈 투어링(왜건)의 대체모델로 투입되었습니다. 미국 고급 왜건 시장에서 E클래스 에스테이트에 늘 밀렸던 5시리즈 투어링 대신 5시리즈 GT를 투입하여 틈새 신개념 모델로써의 장점을 어필하겠다는 전략이었으나, 2010년 한 해 판매량은 연 목표 판매량 4,000~8,000대에 훨씬 못 미치는 2,848대에 불과했습니다. 현지 BMW 딜러들 중에서는 한 달에 한두대 정도만 파는 곳도 많았고 아예 주문 자체를 넣지 않는 곳까지 늘어났습니다. 7시리즈 샤시 기반이라는 점이 오히려 2~3천만원 넘게 저렴한 7시리즈라는 이점으로 해석되어 플로리다에서는 기존 7시리즈를 신차로 바꾸는 고객들 중 10%가 5시리즈 GT를 택하는 현상이 벌어져서, 판매량도 안 나오면서 플래그십 영역의 판매량까지 갉아먹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당시 BMW 북미법인 CEO 짐 오도넬은 5시리즈 투어링 대신 5GT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던 과거를 후회한다는 발언(기사)까지 했습니다. 엔트리레벨 3시리즈는 세단, 투어링, GT 모두 미국 시장에 수출되고 있지만, 5GT는 후속이 나온다 해도 북미 시장에 수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의외로 왜건보다 높이도 낮고 트렁크도 좁고 가격도 비싼 차들이 흥하고 있으니 다름아닌 해치 트렁크를 달고 나오는 쿠페형 5도어 차들. 벤츠는 CLS 슈팅브레이크의 미국 투입을 주저하고 있지만 아우디 A7은 미국에서 연 평균 8천대 가량을 판매하며, A6 판매량의 30% 정도 비중이나 되는 평타 이상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건보다 높은 지상고 및 전고로 넓은 실내공간과 마일드한 험지 주파력까지 갖춘 벤자, 크로스투어, 5GT가 패망했던 것과 달리 왜건 대비 실용성이 부족한 간지만 있는 A7의 성공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엔 어렵습니다만, 실용성보다는 스타일이 우선시되는 폼생폼사의 틈새시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죠.

SUV, CUV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어가며 메이커들은 새로운 틈새를 적극 개척해나가고 있는 추세지만, 벤자, 크로스투어, 5GT의 실책은 크로스오버 틈새시장 전략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교훈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UV 라인업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면 크로스오버 왜건이 애매한 성격으로 인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오히려 팀킬까지 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예외적으로 스바루처럼 SUV가 포레스터 달랑 1종 뿐일 정도로 판매 라인업이 부족하다면 크로스오버 왜건이라는 것이 SUV의 대안으로 유효한 전략이 되겠죠(각각 레거시 왜건, 임프레자 해치백의 전고를 높히고 SUV처럼 꾸민 아웃백, XV크로스트렉이 존재.) 판매 추이는 미국 시장 한정으로 분석해본거라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선 또 다르게 볼 여지가 있겠지만, 유럽시장용 모델과 북미시장용 모델을 별도로 개발하는 대규모 메이커들에겐 확실히 반면교사가 될듯 합니다.

[#ADSENSE|ca-pub-7629890225161729|5258836292|1|320px|50px#]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1240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