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 오토시티 트랙데이를 다녀왔습니다. 작년 여름에 한번 다녀왔는데, 그 이후 주최측에서 지속적으로 참가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어서 타이어만 바꾸면 바로 가봐야지..라고 생각하던 중 지난 주말에 시간이 비어서 바로 출격했죠. 마지막 교환 후 9,000km를 조금 넘긴 엔진오일도 같은 모빌1 EP 5w30으로 미리 교환해줬습니다.

25대 선착순 접수를 받으면 보통 열몇대 남짓 실제 신청이 들어오는데, 어제는 정말로 25대가 꽉 차게 참석하여 매우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일요일 주행시간은 오전 11시 ~ 오후 3시까지이며, 특별한 안전사고가 없는 한 25분 주행 / 5분 코스정비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준비물은 10만원의 참가비 외엔 없습니다. 의무적인 복장, 장구(헬멧, 글러브 등) 규정도 없었는데, 작년에 안내된 바로는 바지는 긴바지로 입고, 페달워크에 안전한 운동화를 신어달라는 것 정도가 기억나는군요. 뭐 여기까지 10만원 주고 나올 분들에겐 상식이겠지만..



아반떼 스포츠 동호회에서 단체접수해서 다같이 오셨는데, 덕분에 이 날 가장 많은 차종은 아반떼 스포츠.. 노멀 아반떼는 구형 아반떼MD를 끌고 온 다른 분이랑 AD를 끌고 온 저를 포함해 단 두 대 뿐이었습니다. 거리에선 아반떼 스포츠가 별종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아반떼가 별종..


투스카니를 끌고 오신 분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나온지 15년이 훌쩍 넘은 차지만, 그만큼 구입 문턱이 매우 낮아졌고 튜닝 부속 수급이 아직까지 안정적인데다가 실력자 분들이 타시면 최신 스포츠카들 못잖은 날쌘 몸놀림을 보여주죠.



투스카니용 V6 2.7리터 델타 엔진이 스왑된 i30 1세대. 이날 참가한 차들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만하고 해도 과언이 아닐 멋진 사운드를 뽐냈습니다.



외제차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일본차들이 많았습니다. 최신 차종으로는 토요타 86이 여럿 참가하였고,





노란색 로드스터로 짝을 이루고 있는 혼다 S660, 마즈다 미아타 1세대. 교체용 타이어까지 여러세트 들고오신 열정이 대단하셨습니다.



S660은 일본 경차규격상의 660cc 64마력 터보 엔진을 미드십 배치하여 후륜을 굴리는데, 스펙상 출력은 부족하지만 코너가 많고 스트레이트 구간이 거의 없는 오토시티에선 실로 물 만난 물고기같은 존재였습니다. 후행으로 쫓아가봐도 출력을 잊게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빨리 튀어나가며 멀어졌는데, 이날 랩타입 측정 타임에서도 자신보다 출력이 몇배 이상 높은 차들을 제치고 전체 6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전륜 타이어는 국내에 유통되는 사양이 하나도 없어서 해외직구 해야하고, 짐 수납공간은 접이식 탑을 말아넣으면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그리고 제 앉은키로는 유리창 위로 머리가 튀어나오는 장난감차스러운 크기와 혼다코리아가 아닌 병행수입업체를 거칠 수밖에 없는 구매절차 탓에 현실적으로 구입,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돈 여유가 있다면 주말 짐카나용으로 굴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순정 수입차로는 BMW 118d, 캐딜락 ATS 2.0T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ATS 차주분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 선뜻 동승 기회를 주셔서 옆자리에 앉아봤는데, 미국차에서 이렇게나 독일차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D세그먼트 후륜 세단도 점점 디젤엔진 사양 위주로 수입되면서 휘발유를 신나게 태울 차가 많지 않은데, 328i보다 많이 저렴하다면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작은 스포츠카들 사이에서 중량급 존재감을 자랑하는 쉐보레 카마로 SS. 앞서 소개한 S660과 상극같은 차랄까요? 이 코스 특성상 출력이 아무리 세도 무겁고 거대한 덩치가 더욱 큰 핸디캡으로 작용할 차였지만, 드라이버분 실력이 출중하셔서 극복이 되더군요. 연습세션에선 오버스티어가 자주 나타났지만, 랩타임 계측은 깔끔하게 소화해내 상위 5위 안에 드셨습니다.


흰색 실선이 많이 지워져서 코스 파악이 매우 어려웠던 작년과 달리 올해엔 새로이 차선을 그려 훨씬 돌기 수월했습니다. 다만 A코스, B코스로 나뉘었던 작년 코스와 달리 올해엔 약간 변형된 한가지의 코스만 운영되었습니다. 난이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단지 선행의 느린 차를 추월 가능한 직선구간이 두곳밖에 안되어서 기차놀이 현상이 생기기 쉽겠더군요. 그래도 초심자분들이 매너껏 잘 비켜주셔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m35VdiPCDg
고정도 제대로 안되는 아이폰5로 눈물겹게 찍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엔 거치대, 마운트, 액션캠을 총출동시켜 제대로 각 잡고 찍었습니다. 이래놓고 헤드레스트 거치대 촬영때 외장마이크를 실수로 연결 안해서 마운트 잡소리가 그대로 녹음된건 함정..
미쉐린 PS4를 장착하고 처음 각 잡고 스포츠주행을 해봤는데, 작년 넥센 CP672를 꽂고 달렸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코너를 돌려봐도 스키드음이 매우 적게 나는 수준으로, 훨씬 안정적인 그립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주행간 아반떼 스포츠와 이래저래 엮일 일이 많았는데, 출력차이로 인해 손해보게 되는 영역인 직진 구간이 매우 짧다보니 평범한 아반떼AD로도 아반떼 스포츠를 열심히 쫓아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순정타이어 한국 S1노블2 그대로 달고 온 아반떼 스포츠 몇대는 코너가 연속되는 구간에서 연신 비명소리와 연기를 내며 언더스티어로 고생하던데, 그 틈을 타 제 그냥 아반떼로도 나름 바싹 따라붙었던..


끝나갈무렵 참가자별로 랩타임을 계측해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러버콘도 계측주행 타임에 한해선 라인에 맞춰서 더욱 타이트하게 배치됩니다. 당일 랩타임 5위 안에 드는 사람들은 오토시티 랩타임 보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자주 방문하신듯한 1위의 86이 58.78초로 압도적이었고, 2~4위는 1분 플랫 대에서의 경쟁이 실로 박빙이었습니다. 2위(1:00:35)와 4위(1:00:78)가 투스카니고, 그 사이에 3위(1:00:41)가 카마로, 5위가 아반떼 LPi..로 로고튜닝을 한 아반떼 스포츠(1:01:04).


이 날은 참가자도 많았는데다가 그 중에서 실력자 분들도 너무 많으셔서 저는 1분 07.50초로 꼴지를 간신히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 차보다 출력이 2배 더 높은 1세대 K5 2.0T-GDI를 랩타임으로 이기긴 했는데, 애초에 코스 특성상 무거운 중형차가 불리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고.. 뭐 그래도 아반떼 스포츠가 1분 01초대부터 1분 06초 후반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초행의 아반떼스포츠는 한번쯤 이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년 여름엔 너무 심심했었는데, 이번엔 참가자분들이 다들 성격이 좋으셔서 서로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자동차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ATS 차주분과 더불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차를 서로 거리낌없이 보여주시고, 원하면 동승도 시켜주시는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yIkdejCaWU
이날 유일한 외국인 참석자였던 매튜. 미국에서 임프레자를 타다가 한국으로 옮겨와 투스카니로 스포츠주행을 한지 5년째인 매튜는 모국 미국에서 공수한 생경한 튜닝파츠들까지 포함해 튜닝을 지속해왔으며, 주행실력도 수준급이었습니다. 이 날 1분 00.78초의 기록을 내 참석자중 4위로 당당히 랩타임 보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습주행간 동승과 촬영도 흔쾌히 승낙해주어 영상으로도 담아와봤습니다. Thanks again, Matthew!











화성 오토시티 트랙데이는 직선구간에서 시속 100 초반 넘기기도 쉽지 않은 작은 코스라는 한계를 가지지만, 참가비 10만원만 내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행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간 교류와 함께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차종을 가리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속력이 낮아도 복합 코너에서의 타이어 소모가 꽤 큰만큼 죽돌이처럼 자주 가진 못하겠지만 너무 더워지기전에 한두번쯤 더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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