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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방가르드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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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솔직 후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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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세계자동차박물관 후기 2편입니다. 1편에서 미제 올드카들을 위주로 다뤘다면 2편은 유럽, 한국 올드카들이 중심이 됩니다.


1949 트라이엄프 로드스터. 설명엔 TR2라고 적혀있는데 해외 자료를 찾아보니 디자인도 연식도 TR2가 아니고.. 아마 40년대 말 생산되었던 로드스터로 추정됩니다. 초기형 1800cc 엔진 사양은 0-96km/h 가속에 34초가 넘게 걸렸지만, 2000cc로 배기량을 키운 후기형에 들어서야 27초대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1951 MG TD 로드스터. 3만대 가량의 누적 생산량 중 70%의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할 정도로, 영국 MG의 차종인데도 미국에서 특별히 사랑받은 케이스입니다. 여기 이후부터는 좀 실망스러운 차들이 대부분인데..


1939 부가티 타입 57. 다양한 배리에이션으로 생산되어 기본형도 평균 70만달러, 랄프 로렌이 소장하고 있는 특별판 기준으로 4천만달러가 넘는 시세를 기록하고 있는 그 부가티 타입 57이 설마 여기에? 라고 생각했는데 딱 봐도 초라하게 생긴 외모의 이 차는..


단돈 3만달러대에 살 수 있는 레플리카(링크)였습니다. 전시차 역시 플레밍스 개러지라고 하는 레플리카 판매처의 번호판까지 그대로 붙여놓고서 안내판 서술은 진짜 타입 57처럼 적어놓다니..



역시 오리지널에 비해 초라해보이는 이 부가티 타입 35B 역시 레플리카.. 영국에서 2만파운드 대에 살 수 있습니다(링크). 그나마 안내패널에 레플리카라고 써놓기라도 하긴 했군요. 엔진형식에 8단은 뭥미.. 8기통이겠지;


1936년형 벤츠 540K 바론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이 차도 역시 레플리카일 뿐입니다. 오리지널 540K는 로드스터, 컨버터블, 하드탑 쿠페로만 나왔으며, 바론이라는 펫네임의 차는 기록에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이름만 540K뿐일 저 짝퉁차는 부가티 레플리카와 마찬가지로 3만달러대에 흔히 구할 수 있죠(링크). 뒷배경의 진짜 540K의 아름다운 자태와 싸구려 천막스러운 지붕을 끼얹은 허접스러운 레플리카를 비교해보면 후자엔 벤츠 로고를 붙일 자격도 없죠.


1993년에 만들어진 레플리카라고 그나마 양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차는 벤츠 SSK를 모방한 SSK 가젤입니다. 오리지널 SSK는 20~30년대 당시 190km/h를 넘는 최고시속을 자랑하며 당대 모터스포츠 경기를 휩쓴 역사적인 차로, 시세가 100~200만달러가 넘습니다. 이름만 SSK일 뿐이고 생김새는 비슷하지도 않은 이 괴상한 짝퉁차의 시세는 1만달러 중반 수준(링크)


1955 재규어 D타입..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유리창에 대놓고 recreation이라 쓰여있듯 역시 레플리카입니다. 오리지널은 1955~1957년 3년 연속으로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우승한 명차로 70대 남짓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았으며, 2016년 경매 낙찰가는 2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전시된 레플리카는 위의 허접스러운 레플리카들보다는 그래도 좀 비싼 7만파운드 정도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링크).


레플리카라는 언급은 일절 없지만 포르쉐 550 스파이더라고 설명된 이 차도 레플리카. D타입 레플리카는 그래도 오리지널과 비슷하게 생기기라도 했는데, 이 550 스파이더는 정말 비례감과 심미성이 참담하기 그지없군요.. 올드 포르쉐를 모방해 만드는 레플리카 업체들이 전세계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렇게 허접하게 만든 메이커는 대체 어디인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몰고 나온 60년대 연식의 빨간 스파이더가 유명하고 안내패널의 설명도 그렇게 쓰여있지만, 전시차는 한참 뒤에 80년대에 나온 3세대 모델이라는거.. 위의 것들과 달리 적어도 차는 가짜가 아니었지만, 이번엔 설명이 엉터리..


폭스바겐 비틀. 이건 당장 2000년대 초반까지 오래오래 생산된 차라서 어렵잖게 구할 수 있는 차고, 짝퉁차를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기존 중고차를 복원하는게 더 싸게 먹히죠.


달라라가 만든 F3 머신들. 퇴역한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몸이라 전시용으로 중고 산다면 그리 비싸지는 않더군요.


1937 SS 재규어 100. 지금의 재규어가 이름이 SS 모터스이던 시절 만들었던 스포츠카로, 독일 나치스의 상징과 SS의 사명이 겹치게 되면서 1945년 이래 차종명이었던 재규어를 사명으로 바꾸게 되었죠. 재규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차로 현재 100만달러가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데 이 전시차는 역시나 진품일 리가 없죠.


번호판에 떡하니 "1986년 조립"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데 뭐가 1937년식이냐.. 그릴에 붙은 듀크라는 로고를 단서로 찾아본 결과 15000달러대에 살 수 있는 레플리카(링크)였습니다. 엉터리로 고증된 디자인은 한숨만 나오고 1977년식 고대유물급 포드 머스탱 V6 2.8리터 엔진을 끼얹은 병약한 차에 줄 수 있는 가격치곤 저것도 사실 비싸다고 생각되지만요.


레플리카를 굳이 구해야만 했다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다른 차종도 있습니다. 영국 서포크에서 만든 이 레플리카는 충실히 고증된 내외부에 오리지널 재규어 XK 4.2리터 엔진을 리빌트해 올려 제법 근사해보입니다(링크). 하지만 가격은 10만달러 초과로 꽤나 비싸지만요..


국산 올드카는 역시 현대 포니 형제가 맨 앞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니2 해치백과 픽업 버전이 각각 전시되어 있는데, 포니 중에서도 말년에 나온 차종들이라 그런지 보존상태가 꽤 괜찮아보입니다. 오히려 포니1 초기형이야말로 보기 귀한 것 같은..


기아 삼륜트럭. 일본 마츠다의 것을 빌어다 만들어 팔았던 추억의 차죠(물론 저는 실물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먼 옛날 얘기지만..).. 뭔가 이질적으로 최근에 붙은 흔적이 느껴지는 기아마스타 스티커를 보니 3년 전 서울 올드카 전시행사에서 목격했던 그 전시차(링크)와 동일한 차종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대우 티코. 이제 티코도 올드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몸이 되어가는군요.. 2011년 이래 한국지엠 쉐보레만 보고 자라온 어린이 관객들은 대우차가 뭐냐고 엄마아빠한테 물어보던데, 이제 대우차의 존재를 아는것도 아재 인증이 되는건가 싶어서 묘했습니다.


각그랜저와 Y2쏘나타 후기형. 각그랜저는 보존상태는 괜찮아보이는데 엠블럼을 괜히 이상하게 막 갖다붙인게 아쉽네요.. 베르나 하이브리드에서 떼온것같은 저 하이브리드 로고는 대체 왜죠;


자동차 구조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끔 만들어둔 공간. 프레임 바디가 노출된 전시차는 구 코란도 정도 되어보이는데 핸들은 왜 현대꺼를 끼워넣은건지;


3층으로 올라가던 중 찍은 사진. 참고로 3층은 영양가있는 전시차가 거의 없으며, 한번 3층을 올라가면 다시 1~2층으로 내려가지 못하므로 2층까지 충분히 관람한 후 올라가도록 합시다.


영화 백투더 퓨처를 통해 유명해진 드로리언 DMC-12. 특유의 스테인리스 스틸 바디와 걸윙도어는 오늘날 봐도 근사해보입니다. 이 차가 어떻게 태어나고 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있는지라 제가 더 설명을 드리진 않아도 될 것 같고.. 최근 소식(..사실 작년 초입니다만)으로 드로리언의 상표권 등을 매입한 DMC 텍사스라는 곳에서 이 차의 복각판을 올해 상반기 중 재생산할거라는 소식이 있었는데 루머만 나온게 벌써 수년째인지라 이번엔 진짜일지 궁금해지는군요.


영화 분노의 질주를 통해 유명해진 토요타 수프라. 과격하게 튜닝된 모습이 범상치 않아보이는데 작년에 보배드림에 매물(링크)로 올라왔다가 이 박물관 전시차로 팔린듯하군요.


시트로엥 2CV. 워낙 오랫동안 생산되며 사랑받은 터에 유럽에 가면 아직도 현역으로 굴러다니는 개체가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죠. 노란색 바디의 2CV는 007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영화 속 자동차를 주제로 많이 언급되는 차이기도 합니다.


포르쉐 박스터 1세대. 아까 티코는 왜 나오냐고 타박했는데 티코보다도 더 뜬금없는 존재가 전시차로 있을줄이야..; 뭐 어딘가 박스터가 영화속에서 쓰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게 그렇게 아이코닉하거나 귀한 차도 아니고,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에서 천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차를 이런 자리에 굳이 모셔둘 필요가..; 귀하다면 귀할 수는 있겠군요. 중고차시장에서도 보기 힘든 2.7리터도 아닌 2.5리터 사양 허허..


정말 별볼일없는 3층 전시차 4종을 보고나면 카페가 나옵니다. 여기에도 소소하게 전시차가 3종 있는데..


1968 피아트 500F. 어줍잖은 박스터보다는 훨씬 자동차박물관 자리에 어울릴 사랑스러운 차가 카페 한복판으로 밀려난게 아깝네요.. 언젠가 꼭 소장하고 싶은 차입니다.


로버 미니. 2000년까지 생산되어 개체수도 많고, 국내에서도 동호회를 통해 유지보수에 관한 정보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올드카 입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차 중 하나죠.


1938 아메리칸 밴텀 로드스터. 영국 오스틴의 자동차를 미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하던 회사였는데, 큰 차가 대부분이던 미국시장에서 800cc급 소형엔진으로 40MPG급 우수한 연비를 내는 고급 소형차 시장이라는 틈새를 열고자 했습니다. 초창기에는 특이성 때문에 일부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으나,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동 장난감을 연상케 하는 크기에 포드 V8 로드스터에 맞먹는 판매가격이 단점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좋을 때야 세컨드카로 수요가 있었겠지만 경제대공황이 불어닥치자 곧 망하게 되었죠.


수집가치가 떨어져 비교적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미제 또는 국산 올드카를 제외하곤 짝퉁 레플리카가 대부분이어서 실망스러웠던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이었습니다. 입장료라도 합리적이었다면 참아주겠는데 성인 기준 13,200원이라는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의 입장료는 하루 종일 구경해도 아쉬울 규모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슈트트가르트 뮤지엄(10유로), 일본 나고야 토요타 자동차 박물관(1천엔)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경주 시민은 50% 할인되어 6,600원에 관람 가능하다는데, 이마저도 용인 삼성교통박물관의 입장료 6천원보다 비쌉니다. 사실 삼성교통박물관도 마지막으로 가본게 초등학생 때라서 사진도 없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적어도 짝퉁 레플리카가 저렇게 많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반인 컬렉터가 직접 수집한 차로 자동차박물관을 경상도 지역에 이렇게 크게 오픈한 사례로는 거의 최초인지라 어느 정도 리스펙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큰 기대를 안고 유류비, 시간, 그리고 삼성교통박물관 입장료의 두배 이상의 입장료를 투자해 내려온 제 입장에선 너무 돈아까운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경주 시민 할인가로 찾아갈 수 있다고 해도 어린이들이랑은 찾아가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부가티 타입 57, 벤츠 540K, 재규어 D타입, SS100같은 한 세기를 풍미했던 아름답고 의미깊은 명차들에 대해 저런 허접스러운 짝퉁차로 잘못된 첫인상을 심어줄 바엔, 제대로 된 자동차 백과사전을 한권 사주세요. 아마 온가족 티켓값보다는 싸게 먹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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