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충동적으로 훌쩍 남쪽으로 다녀왔습니다. 첫 목적지는 올해 봄 개관했다고 하는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보문관광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단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제 스쿨버스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노란색 인터내셔널 스쿨버스가 입구 앞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옛날 교실처럼 개조되어있습니다.

"세계"자동차 박물관이라는건지 세계 각지의 자동차 회사 로고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BMW라든가 유명한 메이커들도 꽤 많이 누락된듯한..




악세사리와 모형 등을 파는 가게. 흙먼지값이 추가로 붙는 랭글러가 인상적이군요.

1800년대 말의 벤츠 패턴트 모터왜건. 벤츠 박물관 뿐만아니라 2년 전 나고야 토요타 자동차박물관에서도 본 물건인데, 자동차 박물관이라면 꼭 하나씩 두는 존재인가봅니다.

미제 올드카 위주로 전시된 1층 공간



1913 허프모빌 모델 20. 허프는 30년대 미국 경제대공황의 여파로 망해 없어졌지만 20세기 초 포드와 쉐보레와 경쟁했던 대중차 메이커였다고 하네요. 위의 모델 20은 포드의 창업주 헨리 포드도 격찬했을 정도로 당대에 반응이 좋았다고 하던..

1915 쉐보레 모델 H-3 에임즈버리 스페셜. 컨베이어 벨트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모델T의 가격은 이 차의 1/2밖에 되지 않았으며, 때문에 이 모델이 1년만에 망해 없어진건 이상하지만도 않은 일이었죠.

1926 쉐보레 수퍼리어 V. 1920년대 당대 쉐보레에서 가장 비싼 차종이었으며, 캐딜락, 뷰익, 올즈모빌, 오클랜드, GMC 등의 GM 자회사들과 플랫폼을 공용하여 형제차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1929 포드 모델A. 대중차 대량생산의 시대를 연 모델T의 후계 모델로, 500달러짜리 기본형 튜더 모델부터 1200달러짜리 고급 타운카 버전까지 다양한 배리에이션으로 생산되었습니다.

1928 포드 모델T 디포 핵(Depot Hack). 의자를 포함한 캐빈의 대부분을 목재로 만들어 가격을 낮췄으며, 6인석 시트와 넓은 짐 수납공간을 마련하여 호텔에서 손님들을 역으로 픽업 나간다거나, 농촌에서 일꾼들을 실어나르는 등의 단체 이동 목적으로 많이 썼다고 합니다.


1934 뷰익 모델 47. 롤스로이스의 환희의 여신상 저리가라 할정도의 화려한 후드탑 로고가 인상적입니다.

1940 패커드 원-텐.


1949 패커드 클리퍼.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올즈모빌, 머큐리 등의 브랜드를 겨냥했습니다. 출시 초반 판매는 성공적이었으나, 자신의 지위를 스스로 낮춘 탓에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 또한 약해져서 패커드가 스튜드베이커에 합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47 캐딜락 시리즈 60. 굉장히 웅장해보이지만 이게 당시엔 캐딜락의 엔트리급이었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캐딜락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48 쉐보레 플리트라인 에어로세단. 이름은 세단인데 4도어 버전은 따로 있었다는게 함정.. 옵션사양인 사이드 목재 패널이 유선형 바디 디자인에 잘 어울립니다.

1951 닷지 코로넷. 1950년대 초엔 한국 6.25 전쟁 투입용 미군 군용차 생산에 바빴던 닷지였지만, 이렇게 생긴 승용세단도 만들고 있었죠.




포드 모델T의 스피드스터, 로드스터 버전. 스피드스터는 달리기 성능에 집중하기 위해 도어까지 탈거된 초경량 버전이며, 로드스터는 근래에 현대적인 튜닝을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1924 쉐보레 수퍼리어 F. 리스토어 일절 없이 원형 그대로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48 포드 수퍼디럭스. 원래 1940년에 처음 나왔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을 이유로 생산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40년대 후반에 재생산된 차입니다.


1935 롤스로이스 20/25. 30년대 경기불황으로 고급차 메이커들이 줄도산하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롤스로이스는 이 차로 우수한 판매실적을 거뒀고, 당시 롤스로이스가 벤틀리를 인수할 정도의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1957 벤틀리 S1. 30년대 초 롤스로이스에 인수된 이후 벤틀리는 2000년대 초반 소유주가 바뀌기 전까지 계속 롤스로이스의 리뱃징 버전 수준의 차를 만들게 되었고, 이 차도 롤스로이스 실버클라우드와 그릴만 빼면 거의 동형에 가깝습니다.

미국차 위주로 전시된 1층과 달리 유럽, 미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올드카들을 전시하고 있는 2층 공간입니다.



1957 캐딜락 시리즈 62 쿠페. B필러가 없는 세계 최초의 하드탑 쿠페인 쿱 드빌 버전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이 시대 차들의 특징인 라운드하게 굽어진 글라스로 독특한 측면뷰와 시야각을 선사하는 일반 62 쿠페도 충분히 화려하고 멋집니다.


1975 올즈모델 델타 88 로얄. 70년대 오일쇼크가 불어닥치기 직전의 미제차는 이렇게나 몸집을 크게 부풀려왔습니다. V8 7.5리터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중량 2톤, 휠베이스 3.2미터급 거구를 움직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운구에 쓰였던 차도 이 차의 컨버터블 모델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네요.




1958 에드셀 레인저. 에드셀(Edsel)은 50년대 말 포드가 파생 브랜드로 런칭시킨 고급 브랜드로, 당시로선 흔치 않던 티저광고 마케팅과 수많은 첨단 고가 옵션을 기본 탑재하며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전용 생산라인이 없어 포드와 머큐리 공장에서 혼류생산되던 중 생산 지침이 제대로 전달죄지 않아 일부 부속이 미조립된 채로 출고되는 사례가 허다할 정도로 QC가 엉망이었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라고 주장하던 세로형 그릴의 형상은 여성 음부를 형상화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급속도로 하향세를 타다가 3년만에 브랜드가 폐지되면서 포드는 2억 5천만달러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1960 캐딜락 시리즈 62 플리트우드 6윈도 세단. 이 차는 사실 자동차 디자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화려한 테일핀과 총알 형상의 듀얼 트윈 테일램프의 1959년식 초기형(링크)이 일품인데 아쉽게도 디자인이 살짝 절제된 1960 후기형이네요.. 실제로 올드카 컬렉터 사이에서도 1959년형의 시세가 훨씬 더 비쌉니다.



1969 링컨 컨티넨탈. 8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링컨의 플래그십으로, 사진속의 4세대 모델은 케네디 대통령이 피격 사건 당시 타고 있었던 모델(컨버터블 개조차)이기도 했죠.



1959 쉐보레 임팔라.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별다른 개성도 없는 흔한 전륜구동 대형차가 되었지만, 1950년대 말 처음 등장한 초대 임팔라는 독특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하드탑 쿠페 스타일로 60~8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좋은 풀사이즈 승용차 중 하나였고, 지금도 올드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차입니다. 전시차는 쩍 벌어진 테일핀과 사나운 눈매의 테일램프로 화려함의 절정을 달렸던 2세대 모델.





1969 크라이슬러 뉴요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실제 타고 다녔던 차를 입수해 전시 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1955 포드 썬더버드. 쉐보레 콜벳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로, 스포츠카를 지향했던 콜벳과 달리 썬더버드는 퍼스널 럭셔리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포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역대 썬더버드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꼽히는 위의 1세대를 오마주한 신모델이 2002년에 부활한 적도 있었죠.


개츠비 카브리올레. 1934년 모델을 오마주한 1996년산 레플리카라고 하는데, 원형이 되는 개츠비라는 자동차가 있는지는 미상이군요.. 사실 박물관에 소개할만한 대단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컨텐츠가 많아서 나머지 차들은 2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진짜" 차들이어서 서술이 우호적이었지만, 2편의 유럽차들부터는 그렇지 못하게 될 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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